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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기 5] 다시 가본 평양 2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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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흥노 작성일15-11-04 13:0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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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평양 2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2-1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다시 가본 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은, 1부에서 재미동포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에 대한 이야기, 2부에서 당 창건 70돌 행사 참관기, 그리고 3부에서 중국 쪽의 북중 국경도시를 돌아본 이야기로 나누어 실기로 한다.

 


 

 

 

2. 당 창건 70돐 행사 참관기

 

 

창광호텔에서 고려호텔로  

 

 한 주일이나 동고동락하던 재미동포 이산가족들이 미국으로 떠나는 아침이다. 특히 지팡이에 의지해 평양을 찾은 플로리다의 홍흥섭씨가 65년 만에 가족들과 여러 날 함께 보내고 평양을 떠나게 되니 나도 섭섭하기 짝이 없는 데, 남은 가족들이야 오죽하랴. 한 주일 창광호텔에서 같이 머물던 이산가족 김 태희씨도 홍씨의 손을 잡고 "정말 정들자 이별"이라며 미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는 매우 섭섭한 표정을 짓는다. 김씨와 나는 건강을 회복하고 떠나는 홍씨를 비롯한 재미이산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을 한 다음 고려호텔로 이동했다. 김씨는 내가 이젠 구면이라며 고려호텔 17층 방을 같이 쓰잔다.

 

당 창건 70주년 행사기간 한 주일을 같이 보냈다. 워낙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70주년 행사들에 대해서는 해내외 언론매체들이 심층보도들을 했기 때문에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신 특이한 점이나, 행사장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서 독자들의 비판을 기대하려는 것이다. 행사 전야라 호텔 로비로  손님들이 쉴 새없이 들어닥쳐 북세통이다. 그런데 뜻밖에 호텔 로비에서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신 선생과 그의 남편 정태일 선생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다. 그러나 언론매체들이 특종으로 다룬 주인공일 뿐 아니라 그녀의 방북일기책을 통해 이미 알고는 있었다. 그러니 서로 인사만 했을 뿐이다.

 

고려호텔 손님들은 창광호텔과는 달리 인종전시장을 방물케 할 정도로 피부색이 다양하다. 로비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3명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고 친절하게도 기회가 있으면 자기 나라를 방문하면 잘 안내를 하겠다는 말을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벵글라데시 <주체사상연구소> 대표로 초대됐다는 것을 알았다. 베이징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자주 평양에 온다는 스웨덴 외교관은 나에게 먼저 인사를 청해와서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평양은 베이징과는 달리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아프리카의 코뜨 띠보르 대표단으로 평양에 초대됐다는 관리와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소통을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나는 불란서 말을 못하고 그는 영어를 못한다. 혹시 로어로 말할 수 있는가를 물었으나 손을 저으니 대화가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적어도 외국어 몇 개는 구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대화가 단절되니 인연이 맺어질 수 없다는 것이야 당연할 일이다. 말이 통하는 남북 간에 대화가 중단, 단절되고 말았으니 심히 원통할 일이다. 대화가 이뤄지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풀리게 마련인데, 대화를 안하겠다니 무슨놈의 심보일까?

 

지구를 들어올리고도 남는 막강한 힘

 

 드디어 오늘이 10월 10일이다.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기는 했으나 오전 내내 거기에 대한 소식은 없고 호텔에서 대기만 하란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시간을 잡느라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안검사를 하니 카메라는 물론 소지품 조차도 휴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뻐스를 타고 일단 집결지에 도착했다. 집결광장에서  1차 보안검사를 한다. 다시 뻐스로 행사장인 <김일성 광장>에 도착한 우리는 광장 출입구에서 2차 보안검사를 받는다. 김 정은 제1위원장 가까이에 자리가 배치됐으니 아마도 보안이 더 철통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외교관들인 듯한 서양 사람들과 군제복을 입은 무관들도 많이 보인다. 내 앞에서 입장한 이들도 우리와 같이 보안검사를 받는다.

 

해외동포들은 주석단 바로 아래 좌석에 배정됐다. 아마 이것은 해외동포들에게 배푼 배려의 덕분이라 생각된다. 자리를 차지하고 사방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김일성광장이 떠날듯 열광적 환영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기 시작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류운산, 쿠바 공산당 국가리사회 부위원장 발데스 메싸를 비롯, 각국 대표단장들이 주석단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윽고 당창건 ≪70돌경축 열병식 및 군중대회≫의 서막이 오른다. 가장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시작된다. 연설은 인민군을 비롯하여 평양시민에 이르기까지 북쪽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체들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열된 이름 중에는 "해외동포들과 외국의 벗들!"이라는 표현이 나의 눈과 귀를 아주 긴장시킨다. 이것은 해외동포들에 대한 관심의 표시라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우렁찬 열변 중간에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제국주의의 강도적인 제재와 봉쇄도 거뜬히 돌파해나간다는 것이 강조됐다. 곧 이어서 "우리의 혁명적무장력이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으며 조국의 푸른 하늘과 안녕을 억척같이 사수할 만단의 준비가 되여있다는 것을 당당히 선언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열화같은 박수소리가 광장을 진동한다. 김 위원장 가까이서 육성연설을 듣는 게 처음인 나는 무엇 보다 미국에 대해 저렇게 당당하고 자신있게 맛장을 뜨자는 용기가 어데서 나올까라는 해답을 찾느라 지금도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잔인한 제재와 봉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은 실로 세계사에 없는 최초의 기록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과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할 수 있다는 대목은 나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핵 보다 더 무섭다는 당, 군, 민의 철통같은 단결, 충성, 애국심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열병식

 

 열병식 참가자 수가 약 15만 명이고 종대 행진 참가자가 2만 명이라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할 지경이다. 지구상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오직 모스크바, 베이징, 평양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도 북쪽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규모라고 하니 과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열병식을 보노라니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낸다는 생각이 앞서고 그저 감탄과 탄성이 절로 나올 뿐이다. 규율, 질서, 조직, 명령, 단결, 전우애, 충성이 복합적으로 함축된 뜨거운 애국심이 발휘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한치의 착오도 없는 완벽한 예술이다. 얼마나 보무당당하고 씩씩하게 행진을 하는지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까 가슴을 조이지 않을 수없다.

 

지축을 흔들며 행진하는 텡크부대의 선두 텡크앞에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라는 구호가 붙어있다. 이 구호는 북미 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척도라고 보면 틀림 없다고 여겨진다. 매사가 미국에 의해 절단나고 저지당하니 원한이 쌓여 적개심에 불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케 한다. 얼마전에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은  예상과는 달리 보이질 않았다. 열병식 마직막에 거대한 8축 16륜 차량에 실려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호>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중,러의 것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북의 <화성 14호>는 경량화 된 최첨단 무기로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이 김일성광장에서 총포탄, 핵폭탄 보다 더 무서운 일심동체의 무쇄같은 <단결>을 봤다. 그러니 이들을 감히 누가 건드릴 것이며, 그들 앞에는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지구를 들어올리고도 남는 무진장한 힘"이 광장 한복판에서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을 지켜본다. 혀가 절로 나온다. 눈물이 글썽거린다. 정말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인걸 어찌하랴.

 

시민들의 군중시위

 

 나의 눈길과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혁명학원> 학생들과 <소년단>의 행진이었다. 군대와 같이 제복과 모자를 쓴 <혁명학원> 학생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앞으로 이들이 나라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해방후 일제에 항거한 애국자들의 자손들을 위해 세워진 이 학교는 군과 민의 복합체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일한 학교다. 나의 손자와 같은 또래의 씩씩한 소년들의 행진이라 그저 대견하고 자랑스럽기 한이 없다. 특히, <소년단> 아이들이 의기양양하게 양 손은 흔들고 행진하며 경례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군중시위>에 등장한 각종 구호들은 100여 개가 넘는 데,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자주, 친선, 평화"라는 대외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구호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의 친필서명이 새겨진 판문점 기념비 (7/7/94) 행진은 그냘 지나칠 수 없는 관심사다. 이 기념비에는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가 크게 쓰여져 있고 "7.4공동성명, 6.15공동성명, 10.4공동성명"이라는 구호가 옆에 있다. 그리고 기념비 양 옆에는 "조국 통일"이라는 대형 구호가 새겨져있다. 이 구호가 등장한 것은 이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하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북측의 실천의지를 이 광장에서 확인하는 순간이다.

 

드디어 모든 행사가 끝나자 김 위원장과 중국의 류운산 위원이 손을 맞잡고 관중들에게 인사를 한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만세소리가 광장을 뒤흔든다. 주석단 손님들이 광장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환호의 소리는 계속된다. 행사가 끝나자 수십만 관중들이 쏟아져 나온다. 밀리고 지쳐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떠밀리다 보니 방향감각을 잃어 약속된 장소의 위치를 알길이 없다. 미아가 되고 말았다. 얼마전 사우디 성지순례 중 수많은 순례자가 압사된 사건이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다.

 

 

 

 관련기사

►[방북기 4]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4

►[방북기 3]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3

[방북기 2]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2

[방북기 1]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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