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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기 4] 다시 가본 평양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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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5-10-31 19:2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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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4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다시 가본 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은, 1부에서 재미동포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에 대한 이야기, 2부에서 당 창건 70돌 행사 참관기, 그리고 3부에서 중국 쪽의 북중 국경도시를 돌아본 이야기로 나누어 실기로 한다.

 


 

 

눈물을 흘리며 작별하는 재미동포 이산가족

 

 

 최근 금강산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어 세계적 뉴스가 됐다. 이와 별도로 재미동포 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도 거의 같은 시기에 평양에서 진행됐다.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이면 의례 가족상봉에 얽힌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개성이 고향인 재미 동포는 개성 공원에서 전 가족들과 즐거운 야유회를 하기도 하고, 어떤 재미 동포는 금강산으로 가족들과 같이 관광을 다녀온다. 나와 플로리다 홍흡섭씨는 기회만 있으면 친선병원엘 가곤 했다. 누구보다도 나와 홍씨는 완치가 됐다는 기쁨을 공유하기 때문에 더욱 밀착된 사이가 됐다. 다들 미국으로 떠났으나, 나는 한 주일 더 머물며 당 창건 70돌 행사를 참관하기로 했기 때문에 혼자 남게 됐다. 그동안 정이 들었던 재미동포 이산가족들과 헤어지는 게 몹시 서운했다. 한 주일 정들고 해어지는 것도 섭섭한데, 반세기가 넘어서 만난 혈육들과 끝내 이별을 해야 하니 얼마나 괴로울까!

 

아침부터 가족들이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호텔로 모여든다. 이윽고 공항을 향한 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65년 만에 동생을 만나고 떠나는 홍 씨는 눈물이 범벅돼서 차에 올라타질 못한다. 사람들이 부축해서 간신히 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목놓아 운다. 배웅나온 가족들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한다. 정말 눈물 없이는 이 비극의 광경을 볼 수가 없다. 떠나는 재미동포들과 배웅나온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든다. 홀로 남은 나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이것이 민족의 비극이 아니라면 무엇이 비극이랴. 눈물을 훔치며 발길을 돌리는 남은 가족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호텔 방으로 들어선다. <6.15시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만사형통일 텐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부모의 권위가 남아 있는 평양

 

 

 평양은 아름답고 깨끗한 것으로 이름난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어딜 가도 잔디가 파랗게 깔렸다. 매일 아침이면 거리를 청소하고, 잡초를 뽑고, 물주는 광경을 본다. 손전화는 안 가진 사람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휘파람>과 <뻐꾸기>라는 이름을 비롯해 평화자동차회사의 다양한 국산 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일본, 유럽, 중국 차들도 많이 눈에 띈다. 4개의 텍시 회사에서 운영하는 택시들이 꾀 많다. 택시 승객들이 평양시민이라는 게 놀랍다.

 

전기사정 때문인 듯 밤거리는 일반적으로 어둡다. 새 아파트와 건물들이 즐비하게 새로 들어섰고 지금 공사 중에 있는 것도 많다. 규모가 큰 것일수록 군인들이 건설에 종사하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 최근에 완공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와 라선시 살림집 1,800여 가구 건설은 군대가 아니고선 그렇게 빨리 완벽하게 완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들은 바가 있다.

 

나는 가능한 많은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여러 각도로 신경을 썼다. 물론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불편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길을 묻는 게 가장 이야기로 접어들기는 편하나 다른 질문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아예 솔직하게 재미동포라는 것을 먼저 밝히고 사연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쉬운 접근방법임을 터득하게 됐다. 물론 내가 묵고 있는 호텔 내에서는 서로 낯익은 사이라 허물없이 물어볼 수 있다.

 

나의 카메라는 배터리가 없어서 벌써 이틀째 사진을 못 찍는 판이다. 호텔 구내 상점에서 배터리를 달라고 했다. 없다는 대답이다. 사진을 못 찍게 됐으니 보통 실망이 아니다. 다음날 상점에 찾아가 다시 확인하고자 배터리 그림을 그려서 보여줬다. 즉시 판매원이 "전지, 건전지로구나"라고 한다.

 

이것이 인연이 돼서 조석으로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도 곁들이게 됐다. 월급을 타면 무엇에 쓰느냐는 질문에 "어머니에게 드리지요"라고 한다. 연애를 한다든가 엄마 몰래 쓸 돈이 있을 텐데라는 질문에 "부모 몰래 쓰면 안 되지요"라니 나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어디서나 같은 대답을 들어서 이제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부모의 말에 순종하니 탈선이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배터리사건은 상호 의사전달이 안 된 전형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닦고, 갈고, 발전시키려는 흔적이 평양 어딜 가나 역력히 보인다. 외래어를 무작정 받아들이고 있는 남쪽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평양시민들과의 대화

 

 

 창광호텔 카운터 직원에게 방 열쇠를 맡기려다 이야기가 잠시 벌어졌다. 그는 중국말도 유창하지만, 참 예의가 바르고 친절하다. 이번에는 돈을 내기 위해 수납부로 갔다. 이런 미인은 평양에서 처음 본다. 21세의 여성 직원은 상업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나와 지금 3년째 호텔에서 일한다고 한다. 애인은 없고, 결혼은 생각조차 해보질 않았다는 대답이다. 미인이라 총각이 많이 따라붙을 텐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따라붙는 총각이 없다"고 한다. "그때 봐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대답이다.

 

이야기하면서 그림같이 예쁜 수납부 여직원이 외화 돈을 카운터에 놓고 센다. 깜짝 놀라 도적이 들면 어떻게 하려고 여기서 돈을 셉니까라고 했다. 그녀는 전혀 겁도 없이 "여기는 도적이 없습니다"라는 대답이다. 옆에 서있던 재미동포 안 선생이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도적일 수도 있지"라고 했다. 여직원은 잽싸게 "여기는 아무리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으로 바뀝니다"라고 응수한다. "다 좋은 사람들인데, 혼자 나빠질 수야 없지요"라고 보충 설명을 한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딜 가도 출납부에 보안 철창을 한 곳은 보질 못했으니 그녀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야 보안철창을 하고 감시 카메라가 있어도 도적과 강도가 우글거리는 판이니 걱정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우리 호텔 앞은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유난히 붐빈다. 오늘은 맘먹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우선 버스를 기다리는 중년 부인에게 "통일이 왜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답은 예상대로 "미국놈들 때문이지요"라는 대답이다. 우리 친척들에서부터 나와 대화를 한 모든 시민이 천편일률 같은 대답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통일이 빨리 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차이가 좀 있다. 합동군사훈련을 때려 부숴야 한다는 가하면 대북 전단 풍선에 포사격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간혹 핵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식층도 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평가들을 한다. 그래서 끝장을 내려면 미국과 해야지 박 정권과 해서는 시간 낭비라는 말들을 대부분 한다. 

 

 

 관련기사

►[방북기 3]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3

[방북기 2]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2

[방북기 1]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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