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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공동행사, 왜 이렇게 어려워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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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동기 작성일15-08-18 15:3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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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공동행사, 왜 이렇게 어려워졌나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올해는 광복 70돌이자 분단 70돌을 맞는 해이다. 남북해외의 온 민족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모임을 구성했고, 6월 15일 서울에서, 8월 15일 평양에서 민족공동행사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지난 6.15 민족공동행사에 이어 다가오는 8.15 민족공동행사도 사실상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 6.15 공동행사를 무산시킨 정부의 개입


이미 지난 6.15 15주년 행사에서부터, 통일부의 개입으로 인해 6.15 민족공동행사 준비가 온갖 난항을 거듭한 끝에 끝내 성대히 개최되지 못하였다. 지난 5월 5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남북해외 실무회담은 일정이 연기되면서도 논의를 계속하였지만 끝내 행사장소를 명기하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였던 것이다.


5월의 실무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것은 남측에서 그동안의 합의사항을 뒤집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6.15 민족공동행사, 광복 70돌 남측 준비위원회’의 이승환 대변인은 실무회담에 나온 북측인사에게 광복 70돌 8.15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애당초 남, 북, 해외의 민간이 주도하는 6.15 민족공동행사, 광복 70돌 준비위원회는 6.15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을 논의하면서 8.15 행사는 평양개최를 전제한 분위기였다. 남측 준비위원회도 올해 초 6.15 민족공동행사의 서울개최를 논의하면서, 남북을 번갈아가며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한 관례상 8.15 행사는 평양에서 할 것이라는 구두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5월 5일의 선양 실무회담에 참여한 관계자는 지난 3월 11일 <통일뉴스>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광복 70주년 행사가 서울과 평양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되면서도 “6.15공동선언 15주년 공동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되게 된다면 광복 70주년 행사는 북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승환 대변인은 왜 난데없이 8.15 서울개최를 언급해 회담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는가? 여기에는 통일부가 개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통일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5일의 선양 남북 민간접촉을 앞두고 남측 준비위원회 관계자를 통해 광복70돌 8.15 행사의 서울개최를 북측과 합의해 오면 6.15 행사를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을 승인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을 강력히 제시했다고 한다. 이것은 “6.15행사보장”을 미끼로 “8.15 서울개최”를 먹어보자는 심산이다. 그래놓고도 정부는 6.15 행사가 통일논의로 나아가는 것이 두려웠는지 6.15 행사를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한 사회문화교류로 허용한다는 반쪽짜리 허용입장으로 제동을 걸었다.


결국 6.15 민족공동행사는 남북해외 실무회담에서 ‘6.15 서울, 8.15 평양’을 전제로 준비가 한창인 상황에 통일부가 중간에 끼어들어 8.15 서울개최를 제시한 격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남북관계란 정부당국의 허가 없이는 순탄히 이뤄질 수 없으니 좋으나 싫으나 정부당국이 제정하는 규범과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일까?


남북관계의 핵심은 단순히 얼굴 한 번 보는 것이 아니다. 남북이 지난 시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수많은 교류협력사업을 펼쳤지만 오늘날 이렇게 관계가 가로막힌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남북관계를 제도적으로 안착화시킬 정치군사적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의 교훈이 여전히 생생한데 그간 못 만났으니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식으로 남북공동행사를 개최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이 여전히 팽팽한데 박근혜 정부가 8.15 대회를 서울에서 열자고 제의한 까닭은 어디 있는가?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집권중반기 지지율을 끌어올려보자는 심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8.15 서울개최는 결국 한미동맹을 중시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는 근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8.15 서울개최는 같은 통일부의 입장을 박근혜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른, 통일부 장관의 고심에 찬 결단으로 보아야 할까?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의 입장은 곧 통일부의 입장이었으며 마찬가지로 통일부의 입장은 곧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박근혜 대통령 말 잘 들어서 장관직에 오른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통일부의 6.15 행사 개입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해석해도 충분하다.

 

 

2) 8.15 행사에서 재현된 개입


6.15 민족공동행사가 사실상 정부의 개입으로 무산된 데 이어 이제 8.15 행사마저도 정부의 개입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8.15행사는 남과 북, 해외의 민간단체들간 합의로 북측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광복 70돌, 6.15공동선언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남측 준비위원회’는 북측행사에 참여할 방북대표단을 구성하여 그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려 했다.


지난 8월 4일 준비위 운영위에서는 8월 7일까지 사무처와 조직위가 협조하여 100여명의 방북대표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의견을 모으고 8.15 민족공동행사 성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준비위의 이창복 의장은 8.15 민족공동행사 참가를 반드시 성사시키자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승환 대변인은 상임대표들이 100명의 명단을 확인해야 명단을 북측에 보낼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며 방북신청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를 이창복 의장께 보고도 하지 않아 준비위 내부에서 상황파악에 혼선이 초래되는 심각한 상황이 조성되기도 하였다. 결국 북측에 방북인사들의 명단이 도착하지 못해 8.15 행사의 남측대표단 방문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는 정부의 눈초리만 바라보며 8.15 민족공동행사를 정부의 입김에 맞추려 했던 일부 인사들이 빚어낸 묵과할 수 없는 하극상이다.


물론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민간단체들의 행사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남북관계가 정부의 관리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북관계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며 이는 광범위한 민간이 주체로 나서야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정부와 민간은 서로 견제하면서 도와나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지, 민간이 정부의 눈치만 보려 해서는 보수정권의 아바타를 자임하는 관변단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남북관계의 실무를 말하기 앞서 과거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현재 진보진영의 이러저러한 자리에서 일정한 역할을 책임지시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평가받는 분들은 대체로 지난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부터 이 땅의 통일을 위해 사선을 헤치고 혈로를 뚫어가며 싸워오신 분들이다. 이들은 통일운동의 직선주로를 매진하다 국가보안법에 희생되기도 하였으며 온갖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난 70년의 통일운동사에서 통일운동세력이 스스로 보수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통일운동의 숨결을 정부의 장단에 맞추려 노력했던 것은 일찍이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로서 박정희 정권의 사상과 이념을 그대로 승계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근혜 정부의 지지와 지원 아래 펼쳐지는 통일운동이란 대북공세와 흡수통일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현 정부가 실제로 박수치고 후원해 준 대북사업도 실제로는 북한인권사무소 개설과 대북전단 살포 밖에 없었다.


지금 일각에서 벌어지는 정권의 눈초리에 8.15 행사를 조절하려는 작태들을 광복 70주년을 빗대어 말한다면 일제의 승인을 얻어 독립운동을 하려는 개량주의 망상의 재현이다. 

 

 

3)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은 박근혜 정권


<노컷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되었을 수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첩보보고를 “이런 건 빨리 알려서 북한 실상을 국민들이 실감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시를 해 한국사회에서 온갖 논란을 낳았다고 보도하였다. 당시는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발전가능성이 주목받던 시기였다. 결국 국정원의 숙청설은 남북관계를 냉각시키는데 일조하였을 뿐이다. 국정원이 야심차게 발표한 숙청설은 3개월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확인된 것은 남북관계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뿐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6월 15일 당일에 한미정상회담을 예정에 두고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나서기도 하였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5월에 “박 대통령이 6월 15~18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모색하기 위해 이달 중순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굳이 6.15 15주년의 소중한 날에 미국을 방문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었던가? 6.15 공동선언 15주년인 6월 15일에 미국을 방문해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3각 공조를 논의한다는 것은 6.15 공동선언에 대한 국제적이고 공개적인 모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메르스 파동을 표면적 핑계로 지연되었으나 10월에 재추진되고 있다.


이번 이희호 여사의 방북과정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실질적으로 지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채로 온갖 생색내기에 급급하였다. 정부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에 함께 방북을 신청한 박지원, 임동원, 권노갑, 김옥두 등의 인사의 방북을 모두 불허하였다. 정부는 현실정치인은 방북을 불허한다는 핑계를 대였지만,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치행보를 펼친 적도 없는 정부관료이다.


무엇보다 8월 4일, 파주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지뢰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지만, 정부는 8월 5일에 통일부장관을 통해 난데없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의하였다. 그러자 8월 8일, 이희호 여사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면담이 없이 돌아오자 주말을 지낸 직후부터 휴전선 목함지뢰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북한규탄에 앞장서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갈지자 행보는 남북관계 개선의 일말의 희망을 열고자 노구에 방북길에 올랐던 이희호 여사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뢰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면 고위급회담을 제의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반대로, 지뢰사건을 단순사고로 판단하고 고위급회담을 제의하였다면, 이희호 여사의 면담이 불발되자 전면적인 대북공세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4)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물어야


남북이 아무리 휴전선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국가를 책임지려는 정권이라면, 남북간에 최소한의 신뢰는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지난 박정희 정권도 엄혹했던 1970년대에 북한에 밀사를 보내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6.15 15주년을 ‘유린’한데 이어 광복 70주년을 통일로 승화시키려는 민족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제 DMZ 지뢰사건이 천안함 사건이 무색할만큼 언론지면에 도배되면서 8월 17일부터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된다. 이런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과연 순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6.15 행사와 8.15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꼬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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