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 마디로 오락가락이다.
“성미가 급해지고 있고 인내심이 닳아없어지고 있다”
힐 차관보가 31일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미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인내심이 다하고 있다는 말은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대응공세를 취하겠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이다.
그러나 웬지 힐차관보의 이 말에서는 당당한 경고의 무게가 느껴지기보다는 옹색하고 절박한 미국의 다급한 처지가 느껴진다.
사실,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지난 3월 26일 한미외무장관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28일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계속 농축우라늄문제와 시리아 핵협력설을 들고 나오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하자, 바로 다음날 워싱턴 타임스와의 대담에서 “북핵 6자회담 과정이 어려웠고, 때로는 지체되기도 했지만 북한이 핵원자로를 가동 중단하고 불능화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은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를 다루고 있다.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라고 정반도로 태도를 바꾸었다.
미국은 꼭 이렇게 이명박 정권 외교관들 앞에서는 북에 대해 큰소리를 치지만 막상 북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꼬리를 내리고 있다.
힐 차관보도 인내심 발언 이후 또다시 “(북미간 핵신고를 둘러싼)견해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게 아니라 작아지고 있다”며 북과 대화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음을 암시하였다.
결국 미국의 경고성발언은 체면유지용에 불과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이라면 무조건 아부 굴종하는 한국의 친미세력들과 일본의 극우세력들 앞에서 좀 허세를 떠는 것 같다.
하지만 허세도 적당히 떨어야지 체면치레에만 신경쓰다가 잔치가 끝나 밥한 술도 못 먹을 수가 있다.
‘인내성이 다하고 있다’는 경고는 대응타격을 할 수 있을 대 내놓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에 대한 대응책이 전무하다. 그저 시간끌기나 할 뿐이다.
그러나 그 시간끌기가 점점 미국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북은 이미 핵보유국이 되었고 핵시험까지 단행했다. 여기서도 미국이 타결을 보지 못하면 북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불능화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더 강력한 물리적 타격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시간표도 원칙도 없이 시간끌기나 하면서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지만 북은 늘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제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해왔다. 그리고 북은 최근 또다시 중대한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북은 지금까지 빈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시간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민심과 국제사회의 여론도 미국편이 아니다.
왜냐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기에 북이 핵폐기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북에 대한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혹을 제기하려면 증거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 문제도 그래, 농축우라늄문제와, 시리아 핵의혹설 문제도 그래 언제 한번 증거를 제시한 적이 없이 의혹만으로 대화를 가로막아 왔다.
누가 봐도 부당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자금동결 문제로 북이 단호한 핵시험을 진행했을 때도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들은 오히려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었다는 점을 미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만든 책임자는 바로 증거도 없이 억지만 부린 미국 자신이었다. 미국이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그 통쾌감은 더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