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북한)만큼 욕을 많이 먹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건국 이래 60여 년 동안 외부에서 얼마나 많은 설설설이 생겨났던가. 엔간한 비난과 공격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조선이지만 나름 참기 어려운 설들은 반박하거나 반격한다. 요즈음 튀어나온 정치범수용소 화학무기생체실험설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워싱턴 시간으로 11일에 조선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가 조선군사문제전문가라는 조지프 버뮤데스의 글을 발표했는데, 저자는 거기에서 조선이 장기간에 걸쳐 정치범 수용소에서 낮은 수준의 화학무기 작용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버뮤데스가 근거로 내놓은 건 권 모씨와 임 모씨 두 “탈북자”의 증언이었다 한다. 그밖에 조선의 화학무기 생산능력은 대체로 추정으로 보이고, 조선과 시리아 등 나라와의 합작문제는 어느 시리아 군 장교의 증언을 내걸었다. 필자는 거듭 밝혔다시피 아무런 비밀정보선도 갖지 못하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조선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순전히 공개정보에만 의거하여 종합, 분석한다. 때문에 조선군대의 보안요원으로 근무했다는 “탈북자” 권모 씨의 “건강한 정치범들을 유리가스실에 수용한 뒤 독가스를 주입했다”는 주장과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임모 씨의 서해의 한 섬에서 비슷한 실험이 실시됐다는 증언이 진짜다 가짜다고 단언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 단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서해의 어느 섬에서 그런 실험이 진행되었노라고 밝혔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임 씨가 이름을 찍지 않았는지 아니면 임 씨는 섬이름을 말했는데 버뮤데스 씨가 어느 섬이라는 정도로 줄였는지 아니면 버뮤데스 씨가 섬이름을 찍었는데 연합뉴스가 번역, 전달하면서 잘라먹었는지?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만 필자는 정치범생체실험설을 읽으면서 조선에서 정말 그렇게 생체실험을 진행했거나 한다면 과학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빨리, 훨씬 안전하게 성과들을 거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설을 접하기 전날인 11일에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발표한 “피형전환기술을 개발한 녀성박사”(서남일 기자)라는 글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사의 주인공은 보건성 아래단위 연구사 주혜숙. “사람들의 몸에 흐르는 피는 O형,A형,B형,AB형으로 분류된다.이러한 피형들을 전환하는 기술은 높은 과학기술수준을 요구한다. 때문에 현재 세계적으로 몇개 나라들에서만 피형전환기술을 환자치료에 적용하고있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피형전환기술을 개발하여 B형의 피를 O형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과학자는 보건성 아래단위 연구사 주혜숙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기사를 보다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더니 중국에서는 2005년 미국의 기술을 인입하여 톈진(천진)에서 혈형전환을 실행했다는 보도를 내놓고는 국산화문제가 거들어지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봉쇄를 당해온 조선에 그런 기술을 넘겨줄 나라와 세력이 없는 모양으로 조선은 혈형전환기술을 자체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과제가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을 졸업하고 혈액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하던 주혜숙에게 맡겨진 것이었다. 해본 적도 없고 파악도 전혀 없었으나 누구든 해야 할 연구과제라고 인정했다는 그녀는 “당에서 준 영예로운 과업을 기어이 수행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품고 자료의 수집과 탐독, 연구를 거쳐 이론적 준비를 갖췄고 실험준비도 하나하나 갖춰나갔다 한다. 고생 끝에 실험실에서 혈형전환을 성공시켰으나 기쁨은 곧 지나가버렸다. 그녀의 고민과 결단 그리고 동료들의 행동을 그대로 인용한다. 한국의 일부 세력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내용이 꼬물만치도 없으니까 인용은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단 《로동신문》과 서남일 기자의 지적재산권침해라는 혐의를 받을 수는 있겠다만, 조선사람들이 필명을 쓰는 필자를 찾아 법정놀음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니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주혜숙에게 있어서 그러한 성공의 기쁨은 한순간에 불과하였다. O형으로 전환시킨 B형의 피를 사람의 몸에 넣었을 때 이상변화가 없어야 그것이 완전한 성공으로 되는것이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규정대로 한다면 실험결과는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에게 도입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피는 그 어떤 동물에게도 적용할수 없다. 오직 사람에게서만 검토되여야 한다.하다면 누구에게…?) 주혜숙은 자기의 몸에 먼저 전환된 피를 넣을것을 결심하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피가 몸에 들어가는 경우 생명이 위험하였다. 1차 실험을 하는 날 주혜숙의 혈관에 전환된 피를 한방울,한방울 넣는 연구사 김영희의 손은 몹시 긴장되였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뜨거운것이 흘렀다. 1차 실험은 성공하였다. 주혜숙의 건강상태에서는 아무런 이상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어 2차 실험에 들어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여러명의 연구사들이 저저마다 달려와 자기의 팔을 먼저 내미는것이였다. 이날 주혜숙과 여러명의 연구사들에게 전환된 피를 수혈해준 김영희도 자기의 몸에 그 피를 넣었다. 수혈이 끝나고 관찰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였다. 2차 실험에서도 또다시 성공하였던것이다.” 이 기술성과로 주혜숙과 동료들은 높은 표창을 받았고 주혜숙 본인은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한다. 국가적으로 중시하는 연구과제였고 평화시기에도 전쟁시기에도 커다란 의의를 갖는 혈형전환기술인데 정치범생체실험이 진행된다면 과학자들이 자기들의 몸에 검증되지 않은 피를 넣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주혜숙과 그 동료들은 자기들의 목숨을 내걸었다. 필자는 여러 번 헌혈하면서 피에 대한 지식들을 얻어듣기는 했으나, 수혈을 잘못하여 혈액응집반응이 일어나는 경우 어떻게 치료하는지는 전혀 모른다. 단 치료가 성공하더라도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는 건 분명하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의문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미국을 비롯한 혈액전환기술보유국들은 인체실험단계를 어떻게 지났을까? 거액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자원하는 지원자방식으로? 황우석 연구팀이 내부성원들의 난자를 써서 연구했다다는 게 황우석 선생의 죄명으로 되던 일이 연상되면서 괜히 궁금해난다. 조선의 혈액전환기술개발성공소식이 외부에서는 지금껏 별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이제 소설이 나와 주혜숙이 본의 아니게 유명세(유명해져서 지불하는 세금이라는 의미로 써본다)를 치를 가능성은 아주 크다. 조선은 “보건성 아래단위”라고 했는데 사실 무슨 이름을 가진 비밀단위니라, 주혜숙이 단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숱한 실패로 정치범들이 숱해 죽어나갔느니라, 주혜숙이 B형을 O형으로 전환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A형의 O형전환에서는 실패해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느니라… 10월 말의 무슨 선거를 앞두어서인지 요즘 “탈북자”관련소식들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나온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잡았다는 보도들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13일 “탈북자”들 가운데 살인 등 비정치적 범죄자들이 포함되었다는 보도를 보다가 생각에 잠겼었다. 한국에 들어간 “탈북자”들 가운데는 “비보호 탈북자”가 106명으로 집계됐단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탈북 후 국내 입국 전까지 체류국에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람,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신청한 사람 등에 대해서는 정착지원을 하지 않는 “비보호”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는 건 이해가 된다. 필자의 주목을 끈 건 아래 부분이었다. “비보호 탈북자 106명 가운데는 항공기 납치•마약거래•테러•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8명,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7명이 포함돼 있다. 제3국에서 10년 이상 체류하며 생활근거지를 마련했던 탈북자 15명,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신청을 한 탈북자 67명, 제3국에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한 탈북자 9명 등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관련기사에서) 이 대목이 조금 애매한데, “국제형사범죄”로 꼽히는 범죄행위들을 규정대로 열거하다나니 “항공기 납치”를 납치를 껴들었는지 아니면 그 8명 “탈북자” 가운데 실제로 “항공기 납치”를 실시한 사람이 있는지? “탈북자”들이 마약, 테러, 살인과 관계된다는 주장은 필자가 접한지 오래지만, “항공기 납치”는 듣다 첫소리다. 만약 후자라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형사건이 있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어떤 세력들은 “탈북자”들을 죄다 학정을 피하고 자유를 바라서 탈출한 사람들로 그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모두 범죄자라고 단언한다. 2만이 넘는다는 “탈북자”들의 상황을 간단히 결론짓기 어렵겠다만, 지금껏 “탈북자”들의 숱한 이른바 “증언”들이 거짓으로 밝혀져 국제적으로 소동이 벌어졌던 사실에 비춰보면, 자신의 특수경력을 주장하는 “탈북자”들의 증언들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누군가 곧이곧대로 믿고 퍼뜨린다면 스스로 바보로 되기 마련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지고 퍼지는 천만가지 설들보다 내부에서 거두는 하나의 성과가 조선사람들의 삶에 더 이롭다는 건 단순한 이치다. 이런 의미에서 주혜숙 연구팀의 혈액전환기술개발성공에 같은 민족성원으로서 박수를 치는 동시에, 버뮤데스가 주장한 정치범생체실험설에는 반대표를 던진다.(2013년 10월 18일, [새록새록 단상] 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