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짱’뜨자는 러시아
쏘비에트연방공화국이 해체된 이후에 분열과 몰락의 길을 걷던 러시아가 변화하고 있다. 그런 러시아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눈치나 살피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이란, 시리아와 관계된 일들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미국이 당황하고 있다. 미국은 그런 러시아를 ‘제재’하겠다고 압박을 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미국이 나토(NATO)군을 동유럽에 전지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는 지난 5월 8일에 토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 발사하였다. (워싱턴 박현 특파원, “러, ‘모의 핵전쟁’ 연습 4일만에 미, 전략폭격기 동원훈련 맞불”, 한겨레신문, 2014년 5월 14일)
흥미로운 사실은 러시아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의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고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북부 함대 소속 잠수함 2척에서 탄도미사일을 실험 발사를 했다는 점이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들과 함께 공대지 핵미사일 폭격 훈련을 실시하였다.
러시아가 유럽이 아닌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까지도 각오한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자 미국은 크게 놀라며 지난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허둥대며 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키는 ‘글로벌 라이트닝’ 훈련을 하였다.
러시아의 도전에 화가 난 미국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러시아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러시아는 곧바로 국제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서 미국을 배제하기로 하였다. (Reuters, "Russia may bar U.S. from ISS, The Korea Herald, May 15. 2014)
우주정거장은 러시아가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고 현재는 러시아만이 우주왕복선 ‘소유즈(Soyuz)'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주로켓 엔진 NK-33과 RD-180이 군사용으로 사용될까봐 미국에 판매를 유보하고 있다.
미국이 최첨단 과학기술 수출금지를 떠들어 보았자 변변한 우주왕복선조차 없어 최첨단 우주과학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주로켓 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미국의 처지에서 러시아에 대한 첨단과학기술 수출금지라는 미국의 허풍을 누가 믿겠는가. 그야말로 별 의미 없는 제재타령이나 하는 미국을 웃음거리로 만들 뿐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북-러 관계
이 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유럽 중심의 전략적 틀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지역에 묻혀있는 에너지와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터키와 협력하여 ‘신실크로드 액션플랜’을 집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결과가 북러 관계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월 24일에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장관이 북의 리용남 무역상을 만나 2020년까지 연간 10억 달러까지 무역교류량을 늘리고 루블을 결제화폐로 이용하기로 의정서를 맺었다. (1코리아뉴스, “조-러, 루블결제도입 상호협력합의”, 자주민보, 2014년 4월 30일)
이런 러시아의 결정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일로써 미국의 대북경제조치가 실패하였음을 뜻하는 일이다.
러시아의 하산과 북의 경제특구인 라진, 선봉을 잇는 철도가 개통되었고 러시아의 연방의 연해주 주와 아무르 주 지방정부와 북이 무역경제 협약까지 맺음으로써 두만강 유역과 연해주 내륙의 개발에 활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4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서는 러시아 내무성 내무군 아카데미아 협주단이 참석하여 북과 러시아의 우정을 다지는 행사도 있었다(이창기, “왜 러시아 예술단이 태양을 노래했을까!”, 자주민보, 2014년 5월 6일)
4월 21일에는 북과 러시아가 2012년 9월 17일에 맺은 채무탕감 협정을 러시아 하원이 통과시켜서 북이 러시아에 갚아야 할 채무 108억 달러 가운데 90%를 탕감하고 나머지 10%는 채무원조로 북에 재투자하기로 하였다(NK투데이, “북한채무 90%탕감효과, 한-북-러 철도 연결로 이어지나”, 자주민보, 2014년 4월 29일)
4월 28일에는 러시아가 북에 무상으로 소방차 50대를 제공하기까지 하였다(이정섭, “러시아, 조선에 소방차 50대 무상제공, 자주민보, 2014년 5월 1일).
이처럼 지난 3월과 4월 사이의 북-러 관계의 모습만 살펴보더라도 과거와 달리 북-러 관계가 가까워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북-러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현상은 두 국가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냉전 이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제질서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다.
1991년에 소련이 해체되자,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미국은 공격적으로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체제로 만들려 했고 미국에 거슬리는 국가들을 침략하고 공격하였다. 이라크 전쟁, 유고슬라비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리비아 전쟁, 시리아 전쟁 등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전 세계에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을 벌였고 지금도 전쟁 중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위세 때문에 국제질서는 미국이 장악한 헤게모니와 그들의 영향력 중심으로 재편되는 듯 했다. 미국에 불만을 갖는 나라도 있었지만, 감히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북은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라는 굳은 신념으로 선군노선을 내세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사회주의 나라들의 붕괴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한 이북이 선군노선을 걷자,러시아는 물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북을 ‘병영식 국가’, ‘전체주의 국가’ 라며 비난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북은 ‘수령·당·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철저히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인민무력을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을 실천하였다. 지난 20년 동안에 미국의 온갖 제재와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이북은 미국이 인정하든 안하든 관계없이 결국에 실질적인 핵무력 무장국가가 되었다. 게다가 미국이 공격하면 미국의 본토에 핵미사일로 보복타격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전 세계의 그 어떤 나라도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보복공격 하겠다는 나라는 없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자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은 반미의 최선봉에 서 있는 이북을 타도하기 위해서 미국 군사력의 60%를 아시아에 집중배치하며 북을 쓸어버리기 위한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을 재무장시켜 미국의 돌격대로 만들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제 더 이상 협상과 대화로 북-미 관계가 해결되기란 점점 불가능해 보이고 판가리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의 초긴장 상황이다. 이런 초긴장의 상태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키고 북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북과 정치·군사적 전략을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그런 북에 힘을 실어주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적 결심을 내린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으로 미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러시아의 극동지역의 진출에 동의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을 안전판으로 삼아 미국을 견제하고 아시아 대륙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로 구체화되는 또는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으로 구체화되든 간에 도래하는 21세기 국제질서의 중심이 아시아 대륙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북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실패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북의 ‘병진노선’은 성공할 수 없고 따라서 북은 무조건 핵무장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핵포기론에 입각한 ‘통일대박론’에 빠져있는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은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중국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러시아도 북의 선군정치노선을 이해하고 북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대접하고 있다. 러시아는 태평양 함대의 잠수함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 발사하면서 북과의 군사적 연대의식을 높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예상과는 달리, 북의 경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단둥과 선양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 지역은 북과의 국경무역으로 대단히 활성화되었다고 한다(강명구, “단둥과 선양, 연해주에서 한반도를 바라본다”, 한겨레신문, 2014년 3월 31일). 그리고 지난 5월 2일 북의 나선, 청진, 남포, 신평 등 경제개발구 6곳을 직접 둘러보고 온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북의 경제적 잠정성을 긍정적으로 보았다(최현준 기자, “북은 국제적 경제개발구 만들 잠재력 충분”, 한겨레신문, 2014년 5월 14일).
어린아이의 불장난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북의 선군정치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패권에 균열을 일으키자, 미국의 환상이 깨졌다. 그것에 자극받은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미국의 두려움과 횡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그 결과 아시아 대륙 전체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힘겨운 싸움으로 새로운 21세기 국제 질서의 흐름을 결정
적으로 바꾼 북의 영향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새롭게 도래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냉철하게 보고 현실적으로 실리에 맞게 주변을 잘 살피고 전망있게 나가야겠다.
무엇이 우리 국민 모두의 삶에 실질적으로 이로운 일인지 생각하고, 북과 대결하겠다는 태도를 버려야한다. 그리고 북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결단을 내려야겠다. 그것이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통일대박’을 성공시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출처: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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