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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장편소설《새 나라》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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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5-14 20:0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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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편집국은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57

 

 

로이문은 공사지휘부앞마당에서 세사람의 행동을 빤히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리고 발파소리가 여느때만큼 울리자 케가 글렀다는것을 직감했다. 장혁수가 이 일을 덮어두지 않을건 뻔하고 그렇게 되면 자기는 빠져나갈데가 없었다.

그 즉시로 로이문은 공사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누구도 자기 집을 모르기때문에 당분간은 안전하다고 볼수 있었다.

로이문이 반동이라는 소문은 이튿날 온 공사장에 퍼졌다.

그 소문에 제일 바빠맞은것은 봉수국수집령감이였다.

그동안 얼굴 한번 내밀지 않던 령감이 어제는 통돼지를 삶아가지고 나오더니 오늘은 국수버치를 머리에 인 로친네까지 데리고 나타났다.

《내가 눈먼 참봉이였수다. 그놈이 반동인줄도 모르고 은인대접을 했으니 이런 죽을 죄가 어디 있겠소?》

주인령감은 장혁수의 소매를 붙어잡고 징징 우는 소리를 했다.

《그놈이 그런 여우귀신인줄 누가 알았겠소.》

《아니우다. 난 그놈한테서 여우노린내를 맡았댔수다. 그래두 밑천을 대주면서 돈 잘 벌게 해주길래 더 캐보려구 하지 않았지요. 남들은 공사장에 나와서 애국자가 되는데 난 제 주머니 불쿨 생각만 했으니 천벌을 맞아두 할 말이 없수다. 내 그래서 부정한 돈으로 모았던 가산을 다 헐었수다. 아무리 국수사리나 만지며 돈에 환장한 놈이래두 반동새끼덕에 부자 될 생각은 없으니까요.》

주인령감은 정말 가산을 다 헐었는지 매일같이 공사장에 한짐씩 지고나오군 했다.

확실히 사람도 산천도 달라져가고있었다.

장혁수자신도 생활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확실하게 달라진것은 정혜에 대한 립장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정혜를 데리고 현장사무실에 오셨던 그날 혁수는 종시 그 녀자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헤여졌었다. 혁수는 그 녀자가 자기의 언행에 모욕을 느끼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것만 같아 은근히 속을 태웠다.

그런데 며칠후에 정혜가 제발로 찾아올줄이야…

정혜는 어쩔바를 모르는 혁수를 본체도 않고 전번처럼 빨래감을 뒤져내서는 다 빨아서 널어놓고 가버렸다. 녀자들은 날 때부터 애정을 타고난다더니 그 말이 맞는것 같았다. 그날 혁수는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지만 자기 운명이 결코 이 녀자와 떨어질수 없으리라는것을 행복과 두려움속에 예감했었다. 그때부터는 저도 모르게 그 녀자가 기다려지고 그가 일하는 기림리 녀맹작업장으로 발길이 향하군 했다. 그러나 녀맹돌격대가 일하는 곳에 직접 끼우지는 못하고 그옆의 중성리작업장에서 뚝심을 빼군 했다. 요즘엔 매일같이 거기에 붙어있어서 현장부원이나 지휘부에서 장혁수를 찾을 일이 생기면 거기로 찾아오는판이였다.

그래도 그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없었다. 자기가 그새 좀 뻔뻔스러워졌는지…

그는 자기가 일하는것을 그 녀자가 보고있을거라는 생각에 삽질을 해도 자루가 부러질만큼 흙을 파올렸고 목고를 해도 목고채가 휘여들게 흙을 담았다. 일을 잘하면 정혜가 좋아할줄 알았는데 한번은 옆으로 슬쩍 지나가면서 한다는 말이 《무슨 사람이 그렇게 미욱해요?》하는것이였다.

혁수는 정혜가 저쯤 지나간 다음에야 고개를 젖히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 말 한마디로 정혜는 제 마음을 명백히 표현했던것이다.

그 말 한마디는 오랜 세월 혁수의 가슴에 응어리져있던 서러운 인생에 대한 울분을 봄눈처럼 녹여주고 대신 행복한 삶에 대한 욕망을 북돋아주었다.

장혁수는 그 말을 다시 듣고싶었다. 열번이고 백번이고 듣고싶었다. 그러자면 미욱스레 일을 해야 했다.

그래야 정혜가 자기를 관심해주고 사랑해줄수 있었다.

정혜를 제 사람으로 인정하고나니 그 녀자에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어제 오후 혁수는 남들이 보건말건 질통을 지고 달리는 정혜를 불러세웠다.

온통 사람천지여서 조용히 따로 만나고싶어도 그럴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는 밑도끝도없이 정혜에게 강박하는 투로 말했다.

《래일 점심에 현장사무실로 오우. 나랑 같이 갈데가 있소.》

그리고는 녀자의 마음이 얼마나 활랑거리겠는가 하는것은 생각지도 않는듯 범상한 표정으로 제 먼저 자리를 떴다.

오늘 점심에 정혜는 혁수를 찾아왔다. 오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혁수는 정혜를 뒤에 달고 봉수산중턱에 안치되여있는 안해의 묘를 찾아갔다. 올봄에 떼장을 입힌 봉분에는 손질할게 없었다. 그래도 혁수는 봉분을 한바퀴 돌며 새로 돋아난 잡초들을 뽑고 자기 손으로 준비한 간단한 음식들을 상돌우에 올려놓았다.

혁수는 술을 붓고나서 정혜에게 말했다.

《오늘이 이 사람 제사날이요. 4년전 오늘 토성랑을 휩쓴 물란리때 아이를 업은채루 그만 저세상사람이 됐소. 그때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는게 처와 자식을 보통강감탕밑에 묻는것뿐이였소. 그것두 깊은 밤중에… 그런데 김일성장군님께서 여기에 다시 잘 안장하도록 해주시였소. 이젠 공사도 끝나게 되였으니 이 사람의 혼두 편히 잠들수 있을거요. 거기서두 한잔 붓고 위로해주오.》

장혁수는 정혜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정혜는 조심히 술을 부었다.

두근거리던 가슴도 이상하게 평온해졌다.

한쪽무릎을 끓고앉으며 다소곳이 절을 올렸다.

천천히 일어났다가 다시한번 더…

그리고는 일어날념을 하지 않고 봉분의 잔디를 어루쓸며 조용조용 무덤속의 녀인에게 자기의 진정을 헤쳐보였다.

《언니! 언니나 나나 해방전엔 비참하게 살수밖에 없었지요. 그건 우리 녀자들이 팔자가 사나워서가 아니라 나라가 없었기때문이예요. 이젠 그런 못된 세월이 끝장났어요. 김일성장군님께서 나라를 해방시켜주시고 보통강개수공사도 완공하게 해주시였어요. 언니도 성학이도 다 살아서 오늘같은 세상을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언니! 김일성장군님께서랑 김정숙녀사님께서랑 성학이 아버지가 누구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고계신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성학이 아버지를 위해드리려구 해요. 가난한 세월탓에 언니가 성학이 아버지한테 해드리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품고있던 소원들을 제가 다 풀어드리겠어요. 물론 난 언니만큼은 못하겠지만 세상이 하도 좋아서 언니의 소원을 풀어줄수 있을거예요. 그러니 마음을 놓으세요.

성학이 아버지가 아파하면 약이 되여주고 추워하면 불이 되여주고 더워하면 시원한 바람이 되여주고 배고파하면 제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살면서 나도 행복해지고싶어요. 언니! 그래도 되지요?!》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장혁수는 갈퀴같은 손으로 터슬터슬한 소나무껍질을 쥐여뜯고있었다.

 

×

 

공사는 바야흐로 마감단계에 들어섰다. 장마비에 불어난 물은 서포천과 형제산강이 합수되는 곳에서 남교제방에 막혀 태질하다가 할수 없다는듯 새 통수로를 따라 사품치며 흘렀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평양시민들에게 공사를 완공하기 위한 최후돌격전을 벌릴것을 호소하시면서 공산당원들이 돌격전의 앞장에 설데 대하여 지시하시였다. 그에 따라 평양시당에서는 평양시내 2 500명의 공산당원들로 《보통강개수공사 공산당원돌격대》를 조직하였다.

공사장에서는 대자연과의 마지막결사전이 벌어졌다.

당원돌격대원들은 억수로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일손을 놓지 않았다. 낮과 밤의 경계도 없었다. 남자들이 기진하여 비틀거리면 녀자들이 대신하여 목고를 메였다. 번개치고 우뢰우는 한밤중, 쏟아지는 폭우속에서 기름불망치로 앞을 밝히며 웃으며 달리는 사람들…

《정로》 1946년 7월 17일부 1면 《보통강개수공사특보》

《최후돌격전이다. 7월 14일에는 아침부터 각 기관과 직장세포에서 조직된 공산당원돌격대를 선두로 수천명 돌격대원들이 참가하였다. 먼저 평안남도당과 중앙당학교에서 돌격대를 조직하여 출동한것을 비롯하여 인민위원회 돌격대, 기관, 직장들과 직맹, 민청돌격대 등 단체돌격대들이 앞장서고 전체 시민돌격대원들이 그뒤를 따라 전투기세를 올리면서 치렬한 돌격작업을 벌렸다.

최후돌격전은 낮에 이어 밤에도 계속되였다. 7월 14일 밤 임성민동무를 비롯한 선교4리의 야간특별돌격대는 공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합수터의 큰 물속에서 치렬한 결사전을 벌렸다.》

《정로》 1946. 7. 18일 《보통강개수공사특보》

《보통벌에 비는 끊임없이 내린다. 오늘(15일)이 획기적공사 보통강애국제방공사의 최후돌격일이다. 현장은 10여일동안이나 내리는 장마비로 발을 얽어매는 진흙탕이다. 이 불리한 조건하에서 최후제방돌격공사는 엄숙히 진행되였다.

이날 최후의 결실을 맺으려고 총동원한 평양시내 공산당원들은 이 위대한 공사를 자기들의 손으로 완성한다는 감격의 얼굴로 홍조되였고 만신은 긴장의 화신이다. 완만히 늘어진 제방에 최후 한덩어리의 흙은 쌓인다.…

<우리는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를 정복하고 강물을 돌렸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앞을 막는 곤난한 모든 장애물을 격파분쇄할것이며 반드시 승리를 획득할것이다.>

1946. 7. 15일 오후 5시. 보통강반에 성벽처럼 솟아오른 10여리 애국제방우에는 수천수만년을 두고 제멋대로 행패하던 재난의 강을 길들인 기적의 창조자들, 력사의 새 주인들이 <우리의 위대한 령도자 김일성장군 만세!>, <보통강개수공사 만세!>를 소리높이 웨치고있다.

끝없는 격정에 목메여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전체 건설자들의 얼굴마다에는 42만 900여립방메터의 토량을 불과 55일동안에 파올리고 10리가 넘는 보뚝을 예정동원로력의 절반으로 쌓아올렸으며 공사계획을 보름이나 앞당겨 끝낸 승리자의 자랑찬 기쁨이 어리여있다.

쏟아지는 비발속에서 수천의 삽날을 하늘높이 추켜올리며 건설자들이 웨치는 함성은 민주조선건설의 첫 개가였으며 새 조국건설을 위한 김일성장군님의 위대한 구상의 빛나는 첫 승리였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장혁수를 비롯한 지휘부성원들은 저녁에도 남교제방에 나와있었다. 남교제방공사를 맡아했던 임성민네 돌격대원들도 제방에서 떠나지 못하고있었다.

강물이 시시각각으로 불어나는 조건에서 새로 쌓은 제방이 아직은 마음놓이지 않았던것이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7-05-14 20:03:55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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