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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새 나라》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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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4-23 15:4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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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편집국은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54

 

 

정근식은 서성교를 넘어섰다. 그는 손수레를 끌고 공사장으로 가는 길이였다. 광목천으로 지은 후렁후렁한 작업복을 입고 꽁무니에 수건을 차고있는 그의 모습은 올데갈데 없는 로동자차림이였다. 지하족은 끈을 바싹 당겨신었다.

손수레에는 예전에 공장설비를 더러 축소하면서 제집창고에 가져다두었던 전동기가 실려있었다. 그는 오늘에야 비로소 공사장에 나갈 결심을 한것이였다.

은둔자 정근식이 드디여 허무주의면사포를 벗어던진것이다.

그 정신적인 변화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흘전에는 오성재가 우정 그를 찾아왔었다.

오성재는 자기가 나쁜 놈들의 꼬임에 빠져 나라앞에 큰 죄를 지을번 한 일과 장군님께서 자기를 용서해주신것은 물론 토지소유권증서를 돌려주신 전설같은 이야기를 자초지종 들려주었다.

난 지금껏 버러지처럼 살아왔수다. 나처럼 못난 놈은 세상에 더 없을거우다. 나 같은게 무슨 사람이겠수? 그런데도 장군님께서는 금수보다 못한 이놈을 사람대접해주시면서 이제는 보통벌도 수해를 입지 않게 됐으니 농사를 잘 지어서 남부럽지 않게 잘살라고 하시였수다. 글쎄… 나 같은 놈도 나라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단 말이우다, 으흑…》

오성재는 목이 꺽꺽 메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내 부실한 놈이 돼서 주인어른 신세를 갚는다는게 도리여 장군님한테까지 근심을 끼쳐드렸수다. 하지만 나두 이제부턴 사람답게 살겠수다. 장군님 바라시는대로 살아야 사람다운 생활을 할수 있다는걸 알았으니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죽겠수다.》

정근식은 오성재가 생판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판판 달라질수 있는가? 이 사람이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사람답게 산다는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불행앞에 공손히 머리숙이군 하던 사람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별치 않은 동정앞에서도 눈물이 글썽해지던 사람이 지금은 정근식이 자기보다 먼저 세상의 변화에 눈뜨고 장군님뜻을 받들어 사람답게 살겠다고 떵떵 큰소리치고있는것이다.

자기가 이 세상에 등을 돌려대고있는 사이에 해방된 이 땅은 지난시대의 오물을 밀어내면서 선하고 정의로운것이 확산되는 방향으로 아름답게 변하고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 생활을 외면할 리유가 없지 않는가.

그런데 바로 어제 저녁에 리주연부위원장이 또 정근식의 집대문을 두드릴줄이야…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정근식이라는 작은 물방울이 건국의 대하에 합류할 때까지 열번이고 백번이고 찾아가보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리주연은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정근식은 자기가 서야 할 위치를 깨달았다. 장군님의 말씀은 재만 남았던 그의 가슴에 전혀 새로운 질적변화를 일으키면서 희망의 불길을 지펴주었던것이다.

공사장에 당도한 그는 그때 나무레루를 놓던 곳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전동기를 부리웠다.

밀차를 밀던 임성민은 영문을 알수 없어 정근식에게 물었다.

《아바인 누구십니까? 이걸 왜 우리한테 주는가요?》

《나도 평양시민이요. 내 그만 망녕이 들어서 돈으로 이 공사를 욕되게 했으니 이렇게라도 그 죄를 씻어볼가 하오.》

정근식은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공사장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그는 마침 사람들속에 섞여있는 리찬을 붙들었다.

《내 오늘에야 목욕재개하고 왔습니다. 늦기는 했지만 시인선생한테 내 모습을 보이고싶어서 이렇게 찾아다니던중입니다.》

리찬은 정근식의 아래우를 훑어보며 빙그레 웃었다.

《차림새부터가 합격입니다. 이 공사장에서 땀흘릴 자격이 있단 말입니다.》

《땀흘릴 자격이라… 그게 애국심을 가진 사람만이 이 공사에 참가할수 있다는 소린데… 참 좋은 말입니다.》

잠시후 리찬은 질통을 하나 얻어가지고 나타났다.

감탕판이여서 그들은 아예 신발도 벗고 바지가랭이를 무릎까지 걷어올렸다.

정근식으로서는 난생처음 해보는 토목로동이였다.

《무겁지 않습니까?》

리찬이 묻는 말이였다.

《무겁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가벼워진것 같습니다.》

《그거 명담입니다.》

리찬은 정근식의 심중이 리해되는지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내 시 하나 읖을가요?》

리찬은 질통을 한번 추스르고나서 제방으로 걸어가며 시를 읊었다.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숨차다 고개길을 탄치 말고서

때로는 맘을 눅여 탄탄대로의

이제도 있을것을 생각하시오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은

기구한 발부리만 보지 말고서

때로는 춘하추동 사방산천의

뒤바뀌는 세상도 바라보시오

이 짐이 무거움에 뜻이 있고요

이 짐이 괴로움에 뜻이 있다오

무거운 짐 지고서 닫는 사람이

이 세상 사람다운 사람이라오

 

정근식은 일에 재미가 나서 힘든줄도 모르고 시간이 흐르는것도 몰랐다. 자기가 수영이를 만나야 한다는것도 잊고있었다. 점심때가 되여서야 질통을 벗어놓던 그는 우뚝 멈춰섰다.

제앞에 수영이가 서있었던것이다.

《수영아!》

놀라움과 반가움이 수영의 얼굴에 엇갈려 나타났다.

점심시간에 음료수통을 들고나왔던 수영은 모색이 신통한 사람을 보고서도 설마하는 생각에 외삼촌을 찾지 못하고있었다.

온통 감탕칠을 하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린 외삼촌이 질통을 지고있는 모습을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수영이로서는 그럴수밖에 없었다.

《외삼촌!》

수영은 외삼촌에게 달려와 팔소매를 붙잡고 어린 소녀처럼 콩당콩당 뛰였다.

《어떻게 오셨어요. 정말 일하러 나오신거예요?》

 

 

《일하러 나왔다기보다는 천국을 구경하러 왔다.》

《천국이요?》

《그렇다. 이야기는 천천히 하구 밥부터 먹자. 오래간만에 일을 했더니 출출하구나. 어디 식당이 없냐?》

《그럼 오후에도 일하시겠어요?》

수영은 잘 믿어지지 않는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렇지 않구.》

《좋아요. 오늘 점심엔 내가 내겠어요.》

《그래? 참 귀인을 만나서… 아뿔싸!…》

돌아보니 불같은 시인은 또 어디로 달려갔는지 그 자리에 없었다.

천국을 구경시켜준 값으로 점심 한끼라도 대접하고싶었는데 아쉽기 그지없었다.

합수목에서는 하당골쪽으로 가는게 뺑대거리까지 가는것보다 빨랐다. 수영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정근식은 조차장 다리근방에 앉아있는 음식장사아낙네들을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수영아! 먼데 음식점을 찾아갈것없이 저기 가서 한그릇 사먹자꾸나.》

수영은 기겁을 했다.

《외삼촌, 정신있어요? 길바닥에서 어떻게?…》

그러거나말거나 정근식은 조카딸의 팔을 잡아끌었다.

《저걸 사먹는 사람이 따로 있다더냐? 난 우선 배가 고파죽겠다.》

다리근방에는 떡장사, 지짐장사, 국수장사들이 음식함지들을 앞에 놓고 길량옆으로 주런이 앉아있었다.

공사판에는 이런 음식장사아낙네들이 모여들기마련이여서 점심을 안 가지고 온 건설자들이 벌써 여기저기 패를 지어 앉아있었다.

정근식은 국수장사아낙네앞에 다가서며 제법 너스레를 피웠다.

《여기선 성안에서보다 값도 눅고 량도 많다는데 아주머니, 거 국수 두그릇 얼른 말아주시우.》

사람단련에 치여난 장사군아낙네는 정근식의 금새를 제꺽 알아보았는지 되려 제편에서 송구스러워했다.

《에그, 어르신은 이런데서 자실분이 아닌데요?》

《허허, 이 아주머니 사람 가린다. 아주머니손이 커보여서 왔으니 찾아온 손님 쫓지 말구 얼른 주시우.》

《에그, 어쩌나… 륙모소반두 없는데…》

《그냥 들고먹지요. 하여튼 많이만 주시우.》

수영이가 자꾸 소매를 당겼으나 정근식은 모르는체 하고 버티고있었다. 아낙네는 국수사발을 들었다놨다하며 골라보았으나 몽땅 이빠진 사발들이라 할수없이 그중에서 깨끗해보이는 사발에다 국수를 담아주었다. 본래 건설자들을 대상해서인지 아니면 정근식의 너스레가 효험을 보았는지 좌우간 국수사리도 흐뭇하고 돼지고기편육도 무드기 놓아주었다. 수영은 창피스러웠지만 국수그릇을 받아들지 않을수 없었다.

정근식은 국수그릇을 손에 들고 길옆에 쭈그리고앉았다.

《어서 먹자.》

예전에 명월관이요, 해락관이요 안 다녀본데가 없고 고기쟁반이요, 랭면이요, 온면이요 안 먹어본게 없었지만 지금 먹는 메밀국수처럼 맛있어본적은 없는것 같았다.

이따금씩 불어치는 바람에 길가의 황토색먼지가 후추가루처럼 국수그릇에 떨어졌지만 정근식은 개의치 않았다.

외삼촌옆에 쪼그리고앉은 수영은 저가락질할념을 못하고 존경어린 눈길로 외삼촌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외삼촌의 식성을 잘 알고있었다. 외삼촌은 미식가였다.

그 까다로운 식성때문에 외삼촌어머니가 늘 마음쓰며 사는걸 수영이가 왜 모르랴. 외삼촌어머니는 남편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음식의 맛과 색, 담는 그릇에 이르기까지 신경을 썼다. 그 덕분에 언제나 따뜻하게 덥힌 은수저를 들고 자개박이밥상에 마주앉아 반짝반짝하는 놋밥바리의 뚜껑을 열군 하던 외삼촌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 외삼촌은 로동의 즐거움,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생활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우정 텁텁한 흉내를 내는것 같았다. 하긴 오래간만에 일을 했으니 배도 고프시겠지…

어쨌든 벽에 걸린 족자나 감상하던 외삼촌이 이렇게까지 갑작변이를 일으켰다는게 수영이로서는 놀랍기도 하고 눈물겹도록 고맙기도 했다.

《외삼촌, 정말 맛이 있어요?》

수영은 자기것을 외삼촌의 그릇에 덜어주며 물었다.

《나한테 물어볼게 있니? 너두 먹어보면 나한테 덜어준걸 후회할게다.》

수영은 외삼촌의 기분에 말려들지 않을수 없었다. 처녀는 대담하게 저가락을 들었다. 저쪽에 앉아 탁배기를 마시는 사람들이 이쪽을 흘끔흘끔 쳐다보는걸 보면 자기가 현장치료실 의사라는것을 아는게 분명한데 까짓거 흉보겠으면 보라지… 남보기 창피하다고 굶을수야 없지 뭐…

먹어보니 정말 맛이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두사람은 다시 공사장쪽으로 오다가 산기슭의 넓다란 공지에 나란히 앉았다.

오래간만에 배불리 먹고 들바람을 맞으며 앉았느라니 정근식은 기분이 둥둥 뜨는것 같았다.

《난 오늘 세상에 다시 태여난 기분이다.》

그렇게 허두를 떼놓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푸른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며 지나간 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일본에 가서 공부할 때 장질부사에 걸린적이 있었단다. 그래서 도꼬교외의 어느 격리병동에 실려갔지. 고열에 떠서 가물거리는 의식속에서도 난 죽어서는 안된다는 한가닥 의지의 가냘픈 줄을 놓지 않았다. 그때 제일 그리운게 사람이더라. 누군가 내 손만 쥐여주어도 힘이 되련만 격리병동이라는데가 저승행의 마지막정류소나 같아서인지 누구도 나를 돌아보지 않더구나. 이미 저승에 가신 어머니가 왜 그렇게 원망스럽던지… 어머니의 무덤이라도 파보고싶도록 사무치게 어머니사랑이 그리웠고 인간의 정이 그리웠지만 세상은 나에게 곁눈 한번 주지 않더구나. 그때부터 난 세상전체에 더 랭담해진것 같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 나와보고 난 인간에 대한 무관심의 력사가 이 땅에서 끝장났다는것을 확신했다. 이건 틀림없다.》

수영이도 외삼촌의 생각과 다를바 없었다. 그동안 공사장에 나와있으면서 처녀는 많은것을 배웠다. 예전에 그는 생활에서 자기중심주의로 사고하면서 많이 받으려고 했었다. 사람들의 리해와 양보를 받으려고 했고 사랑을 받으려고 했다.

덮어놓고 받으려는것은 거지의 자세이고 아낌없이 주려는것은 어버이의 마음이라고 했다. 하늘의 태양은 자기의 빛과 열을 지상만물에 주기만 할뿐이고 달라는것이 없는데 인간도 서로 그렇게 살수 없을가. 그러나 자기자신을 포함하여 인간은 다 리기적이고 타산적인 존재여서 남에게 준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받으려고 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실현될수 없는 꿈에 불과한것이였다. 그런데 태양의 성질을 그대로 닮으신 성인같은분이 이 나라와 이 나라 인민들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어놓으실줄이야.

《전 여기로 나올 때까지만 해도 김일성장군님께서 왜 이 공사를 중시하시는지, 어째서 건설자들에게 음료수를 꼭 끓여서 공급하라고 그토록 신신당부하시였는지 잘 몰랐댔어요. 장군님께서 평범한 사람들을 제일 사랑하시는 리유를 똑바로 알게 되면 앞으로의 생활방식도 정리될것 같구 내가 살아가야 할 이 나라의 본질을 알것 같더군요. 난 알았어요! 장군님께서 건설자들을 사랑하시는건 어떤 타산이나 필요성때문이 아니였어요. 그저 자기 조국, 자기 민족이기때문이예요. 그분은 온 민족을 혈육처럼 생각하시는데 혈육을 사랑하는데야 어떤 리유가 필요없지 않나요. 말하자면 그분은 하늘의 태양같으신분이예요. 난 이곳에서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가 현실화되여가는것을 분명히 보았어요. 이젠 이 세상이 마음이 놓여요.》

정근식은 조카딸의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네 말이 옳다. 력대적으로 누구나 옥좌에 오르면 자기의 절대권력을 시위하는 일부터 벌려놓았지. 그래서 반대파를 청산하는 칼부림을 하고 피라미드를 쌓거나 사치한 궁전을 짓는데 재부를 탕진했거던, 현명한 백성들은 통치자를 숭배한것이 아니라 무서워하고 증오했지. 그런데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제일 불쌍한 토성랑인민들을 구제하는 일부터 시작하시였으니 오늘 공사장에 나와보고 난 이것이 그분의 진심이라는것을 믿게 되고 그분의 인간상을 더 깊이 알게 되였구나. 인민을 가장 열렬히 사랑하고 가장 위대하고 힘있는 존재로 력사무대에 내세우는것이 그분의 한생을 관통하는 좌우명이고 그분이 세우시는 새 나라의 본질이 틀림없다는것을 믿게 되였단 말이다.》

4년전 보통강의 수해로 공장을 잃고 왜놈들에게 끌려가 매까지 맞을 때는 그것이 이 세상의 마지막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정근식이 오늘은 새세상의 첫 장면을 본 심정이여서 마냥 입을 다물줄 몰랐다.

《외삼촌, 고마워요!》

수영은 떨리는 소리로 진정을 담아 말했다.

《나한테 고마울건 없다. 이 나라에선 다르게 살수 없지 않겠느냐?… 이렇게 사는것이 옳게 사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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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새 나라》 53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7-04-23 15:49:28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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