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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새 나라》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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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2-26 18:2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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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편집국은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46

 

 

수영은 땔나무가 떨어져서 낫을 들고 봉수산으로 올라갔다. 음료수를 끓이는 땔나무는 지휘부에서 보장하군 했는데 어제 하루종일 가랑비가 오는 바람에 미처 마른 나무를 준비해놓지 못했던것이다. 수영은 난생처음 낫을 들고 산에 오르는 자신의 정신적변화가 스스로도 장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을 대해본적이 있었던가.

언젠가 어머니는 수영에게 이런 말을 해준적이 있었다.

《넌 성질이 불과 같애. 하지만 우등불처럼 활활 타지도 못하구 밝게 빛나지도 못해. 화로불과 비슷하지만 화로없는 집이 없구 겨울이면 화로불신세를 안 지는 사람이 없지. 그러니 평생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게 네 팔자다.》

그때 수영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불이 될바에야 어두운 광야를 밝히는 우등불이 되거나 높은 산정의 봉화가 될것이지 하필이면 빛도 없는 숯불에 비유할건 뭐람… 그러나 생활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수영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주는 화로가 마음에 들었다. 인간세상에 열을 보태주는 존재로 산다는게 얼마나 보람있는 삶인가.

결국 수영은 어머니가 말해주던 그 팔자대로 사는셈이였다. 지금껏 차디찬 세월탓에 식어버렸던 그 착한 천성이 해방된 오늘에야 비로소 이글이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것은 아닌지…

수영은 서재골로 넘어가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며 마른 나무가지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어느새 숲의 정서에 잠기고말았다. 어제 비가 내린 뒤여서인지 한여름의 숲은 푸르고 청신한 기운을 한껏 풍기고있었다. 이름모를 갖가지 풀들이 땅을 덮었고 소나무와 참나무, 물오동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하늘을 가리웠는데 높고낮은 잡관목들이 하늘땅의 공간을 채우고있어 혼성림은 온통 푸른빛이였다. 수영은 흰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고있었는데 푸른 숲의 세계에서는 이색적인 존재였다. 도시에서만 살아온탓에 대자연에 습관되지 못한 처녀는 숲의 청신한 공기, 숲의 색갈, 숲의 음향 그 모든것이 다 신비하게 생각되면서 자기가 이 자연의 조화를 파괴하는것 같아 숨쉬고 말하고 움직이는것조차 서슴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이름모를 꽃잎속에서 꿀벌이 붕붕거리고 까딱하지 않는 나무잎우에 벌레가 기여다니는것을 처녀는 신기한듯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요한 정적속에 홀로 서있는 자기를 의식하는 순간 갑자기 무섬증이 엄습해왔다. 수영은 그 정적속에서 벗어나보려는듯 한발을 내디뎠다. 발밑에서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가 별스레 크게 들려왔다. 마른 나무를 하자면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겠는데 두려운 생각이 앞서서 발을 더 옮길수 없었다. 수영은 할수없이 주변에서 삭정이라도 주어모았다. 한참 신고를 해서야 겨우 물 한가마 끓일만 한 땔감을 모을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였다. 래일은 지휘부에서 나무를 보장해줄것이다. 수영은 나무단을 옆에 끼고 산을 내렸다.

현장사무실모퉁이를 돌아서던 처녀는 현장에서 들어오던 설계가청년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못 본척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먼저 말을 건넬수도 없고… 참으로 따분한 순간이였다.

《의사선생이 땔나무까지 하는가요?》

운상이가 다가서며 묻는 말이였다.

《아니예요, 저…》

수영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에 서성거렸다. 운상은 무슨 말인가 더 할듯말듯 하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처녀는 저도 모르게 호- 한숨을 내쉬였다. 그 사람앞에서 왜 그렇게 쩔쩔맸는지 자기도 알수 없었다.

어쨌든 그 사람과 마주서거나 그 사람 생각을 하기만 해도 마음의 안정이 헝클어지군 하는데 그 리유를 설명할수 없는게 안타까울뿐이였다.

운상이 역시 처녀와 싱겁게 헤여지고는 혼자서 속을 썩이고있었다. 조용한 환경에서 단둘이 마주섰는데 그렇게도 할 말이 없었던가.

그는 얼마전에 완성한 남교수문설계를 찾아쥐고 다시 현장으로 나가면서 자신을 끝없이 원망했다.

그동안 수문설계에 다쫓기우면서도 그는 수영에 대해 잊어본적이 없었다. 리주연부위원장한테서 수영이가 자기를 보증해나섰다는 말을 듣던 그 순간에 운상은 인생의 중대사를 마음속으로 결정지었던것이다.

지내볼수록 처녀는 얼굴도 마음씨도 한결같았다. 롱담을 즐기는 동원부책임자의 말을 빌면 수영이가 처녀로서는 특제품이라나…

현장치료라는 말조차 몰랐던 사람들에게 처녀의사는 아름답고 귀중한 존재로 떠받들리울수밖에 없었다.

수영이가 남들의 칭찬을 받을 때마다 운상은 마치 자기가 칭찬받은것만큼이나 기뻤다.

언제건 기회가 생기면 자기의 가슴을 헤치고 사랑에 불타는 심장을 꺼내보이리라 열백번 벼르었는데 정작 마주서서는 아까운 기회를 놓쳐버린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번지기 어려운 단어였던가.

(내가 바보야, 사내라는게…)

운상은 수문기초타입이 한창인 작업장에서 삽 한가락을 얻어들었다. 기운이 진할 때까지 일하느라면 답답한 가슴이 좀 열릴것 같았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가만히 서있는 사람의 몸에서도 땀을 줄줄 짜냈다. 더위는 피부를 뚫고 들어와 심장까지 익히는듯싶었다. 벌써 삽질 몇번에 눈을 뜰수 없으리만큼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한판을 밀고나면 어느새 또 모래와 자갈이 몰탈판우에 듬뿍 올라오고 뒤따라 세멘트가 쏟아지며 먼지를 일으킨다.

《또 해보세.》

맨앞에 선 사람이 소리치며 썩- 하고 삽날로 몰탈판을 민다. 그러면 마주선 사람이 썩- 하고 사선으로 삽날을 밀고 뒤따라 썩썩- 썩썩- 순식간에 혼합이 끝난다.

운상은 삽 쥔 손과 뒤로 벋디딘 다리에 온몸의 체중까지 싣고 세괃게 삽질을 해댔다. 어느새 골을 째고 물을 붓는다. 앞사람은 삽날로 몰탈판을 탕! 치고 혼합물에 삽날을 박았다. 그것을 신호로 삽날들이 차례로 엇갈리며 몰탈을 혼합한다.

운상은 삽날을 몰탈무지에 박고는 뚝심으로 밀어내군 했다. 마주서서 일하던 로동자가 운상에게 요령을 가르쳐주었다.

《설계가선생, 삽날을 몰탈판에 댔다가 앞사람의 삽날이 나가자마자 제꺽 뒤따르라구요.》

그래도 운상은 들은척도 않고 미련스레 삽을 혼합물에 박군 했다. 온몸의 기력을 깡그리 뽑아버리자는것이 그의 목적이였다. 함께 일하던 리주연이 그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휴식시간에 제곁으로 불렀다.

《얼굴색이 좋지 않구만. 무슨 일이 있은게 아니요?》

《예, 있습니다.》

제 생각에 옴해있던 운상은 기다리기라도 했던것처럼 제꺽 대답했다. 그는 침착한 눈빛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리주연에게 매운 연기처럼 가슴속에 꽉 차있는 안타까움을 말끔히 털어놓고싶었다.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던것이다.

《부위원장동지두 련애를 해봤습니까?》

엉뚱한 질문에 리주연은 한동안 아연해졌다가 운상의 고민거리가 무엇인가를 짐작했다. 그는 우정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세상에 련애 못해본 남자도 있나? 별걸 다 묻누만.》

운상은 싸움이라도 걸듯 목소리를 높였다.

《별거라구요? 이건 저한테 운명적인거란 말입니다.》

《그 체네의사 말이지?》

《예.》

《내 그렇게 될줄 알았소. 그 처녀라면 나도 찬성이요. 첫사랑인가?》

《예.》

《흔히 사랑의 감정은 가변적인거라구 하던데…》

부위원장동진 절 떠보시는군요. 난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 처녀는 훌륭한 처녀입니다. 물론 난 그 동무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처녀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난 내 가슴에 처음으로 찾아든 이 감정을 가장 소중한것으로 여기고싶습니다. 그를 사랑하고싶고 그의 사랑을 받고싶고 그 과정에 서로가 더 훌륭해지고싶고… 사람이란 그렇게 완성되는게 아니겠습니까?》

리주연은 새삼스런 눈으로 운상을 바라보았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더니… 허허…》

리주연의 마음은 절로 흥그러워졌다. 좋은 일이다. 우리 세상은 사랑으로 살아야 할 세상이니 미래의 터전을 닦는 이 공사장에서 사랑이 맺어지는것은 응당한게 아니랴. 그의 머리속에는 장혁수와 리정혜의 모습도 떠올랐다. 하긴 이 공사장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젊은이들이 어찌 한들이겠는가.

《고백했나?》

《못했습니다. 내 감정을 멋있게 표현하고싶은데 어디 말이 나가야지요.》

리주연은 빙그레 웃으며 경험자답게 조언을 주었다.

《운상동무, 표현방식은 그닥 중요치 않소. 그 마음이 진실하면 되는거요. 사랑의 언어는 하도 많아서 그걸 가려듣는건 귀가 아니라 마음이거던. 어쨌든 좋은 일이요. 내 장군님께 동무의 고민거리를 보고드리겠소.》

《뭐라구요? 부위원장동지 정신있습니까?》

그래도 리주연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드려야 하오. 장군님께서 기뻐하실거요. 이건 동무의 일신상에 대한 문제이기 전에 이 공사장의 풍경이란 말이요. 해방된 조국땅에서 행복을 꾸려가는 인민의 모습이란 말이요. 내 말뜻을 알겠소?》

그래도 운상은 동의할수 없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장군님께 그런 하찮은 일까지 말씀드릴수 있단 말인가. 리주연은 운상의 마음이 리해되는듯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동무나 나나 아직은 우리 장군님에 대해 모르는것이 너무 많소. 장군님께서 우리들 매 사람의 행복을 두고 얼마나 마음쓰시는지 모르고 산단 말이요.》

그는 운상에게 장군님과 김정숙어머님께서 시공책임자 장혁수의 생활을 걱정하고계시는데 대해 자상히 말해주고나서 제 이야기를 덧붙였다.

《난 해방전에 결혼식을 할 때 기쁨보다도 서글픔이 더 컸댔소. 봉건을 타파한다면서 명천공회당에서 신식으로 결혼식을 했는데 경찰이 두놈씩이나 참가해서 불온한 말을 하지 않는가 감시하는통에 축사도 제대로 못했지. 그날 난 나라없는 백성으로서 망국민의 가정이 또 하나 생겨난다는게 서글펐고 망국노의 후세가 태여나게 된다는 절통함으로 해서 눈물이 났댔소. 하지만 동무들에겐 제 나라 땅에서 마음껏 행복을 누릴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소. 장군님께서 동무들의 행복을 보살펴주시고 인민정권이 동무들의 행복을 담보해줄거요. 그러니 떳떳하게 청혼을 하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7-02-26 18:23:19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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