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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새 나라》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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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1-14 18:4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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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편집국은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40

 

장혁수로부터 정근식의 로력동원증을 돌려받은 오성재는 며칠째 남모르게 속을 썩이고있었다. 지금도 그의 귀전에는 장혁수가 동원증을 돌려주며 하던 말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나도 이 동원증을 별치 않게 생각했댔수다. 누가 대신하든 제 몫을 하면 되는줄 알았지요. 리주연부위원장한테서 장군님말씀을 전달받고서야 정신이 들었수다. 장군님께서는 그 동원증은 단순한 통제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건국에 바친 공로를 보증해주는 애국증서와 같다고 말씀하셨대요.》

《애국증서라구?》

《예. 그리구 건국은 돈으로 하는게 아니라 애국의 마음이 기본이라구 하셨대요.》

오성재의 얼굴빛은 컴컴해졌다. 정근식에게 동원증을 돌려주기가 난감했던것이다. 장혁수가 그걸 모를리 없었다.

《형님 손으로 돌려주기 딱하다면 내가 돌려주겠수다.》

《아니, 아니… 내가 주지.》

오성재는 동원증을 쥔 손을 얼른 움츠렸다. 장혁수의 살갑지 못한 성미에 정근식한테 가서 떡떡거리면 제 립장이 더 옹색해질것 같았던것이다. 그렇게 받아넣긴 했지만 오성재의 마음으로서는 화로불을 뒤집어쓰고 참으면 참았지 사람의 체면을 가지고서는 정근식에게 그걸 되돌려줄 용기가 전혀 생길것 같지 않았다.

은혜를 입을 때 같아서는 하늘에 가서 별이라도 따다 바치고싶었는데 그까짓 육신을 대신해주는 일도 못해주게 되였으니 이 딱한 사정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어제 저녁에도 그는 정근식의 집앞에까지 갔다가 종시 대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돌아섰다. 생각끝에 그는 현장치료실에 나가있는 수영을 찾아갔다.

그날도 수영은 마당 한옆에 걸어놓은 돌가마에서 음료수를 끓이고있었다. 나무가 잘 마르지 않아서인지 불길이 씨원치 않았다. 처녀는 머리에 재티를 얹으며 후- 후-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다가 그만 연기를 삼키고 눈물이 찔끔 나오게 재채기를 했다. 치료실에서 나오던 간호원처녀가 재미있다는듯 까르르 웃었다. 수영이도 웃었다.

현장치료실에는 남자의사 한명과 수영이 그리고 간호원이 한명 나와있는데 남자의사는 치료가방을 메고 병원에서 회진하듯 넓은 공사구간을 돌아다니고 수영이와 간호원은 치료실을 지키면서 찾아오는 환자도 봐주고 음료수를 끓여 현장에 내가군 했다. 수영은 날이 갈수록 현장치료대에 자원해나온것을 긍지롭게 여기고있었다.

옛날에는 공사판이라는데가 막사람들이 모여서 온갖 륜리적인것들을 무시하고 막되게 사는 무지막지한 생활무대라는 인식만 있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땀을 아끼지 않았을뿐아니라 누가 더 많은 땀을 흘리는가 경쟁이라도 하는듯싶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일하다가도 쉴참이면 힘든 기색없이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예상치 않았던 기쁜 일에 부닥치면 그 기쁨이 곱절 커지는 법이다. 악행의 범람속에서 선행의 쪼각이나마 찾아보려고 애쓰던 지난날에 비해볼 때 수영에게는 공사장의 풍경이 놀랍기만 했다.

그래서 처녀는 그 아름다운 풍경에 자그마한 꽃 한송이라도 보태는 심정으로 자기 맡은 일에 열성을 냈다.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어떤 때는 하얀 위생복자락을 날리며 공사장을 돌아보고 하루에 두번씩 꼭꼭 물을 끓여 음료수를 보장하고… 며칠전에는 사창장마당에서 꽃무늬를 새긴 사기물고뿌를 열개나 사왔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건만 그걸 사는데 한달분 생활비를 다 털어넣었다. 장사군녀인에게서 고뿌를 살때에도 값을 깎지 않고 달라는대로 돈을 치르었다. 마치 물건을 흥정하면 공사장에 바치는 자기의 정성을 제 스스로 흥정하는것 같아서 그럴수 없었던것이다. 로동자들이 그 깨끗한 고뿌로 음료수를 마시며 기뻐하는것을 보니 자기의 마음도 함께 즐거워졌다. 생활이 이렇게 즐겁고 무한히 자기를 헌신하고싶어본적이 언제 있었던가.

 

 

《수고하누만.》

《아이, 아저씨 오셨어요!》

수영은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어내며 오성재에게 인사를 했다. 오성재는 돌가마를 걸어놓은 곳에 쭈그리고앉았다.

《나무를 너무 많이 넣었구만.》

그는 불이 당기지 않은 장작을 몇가치 꺼내더니 나머지는 서로 엇갈리게 쌓아놓고 부채질을 해댔다. 연기만 피워올리던 불무지에서는 얼마 안있어 탁, 탁- 소리를 내며 불길이 솟구쳤다.

《고마워요, 아저씨!》

오성재는 장작을 두어가치 더 밀어놓고 일어섰다.

《물까지 끓여서 보장하느라 수고하는데 인사야 우리가 해야지. 우리같은 사람들이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봤나? 원래 여기는 물이 나쁜데 끓인물을 먹으니 인젠 배탈나는 사람이 없거던.》

《그럴거예요. 100도에서 5분만 물을 끓이면 세균뿐아니라 일부 비루스들도 죽는답니다. 물은 45분정도 끓이면 저항성이 센 간염비루스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미생물들이 다 죽거던요.》

제 기분에 잠긴 처녀는 오성재가 말을 못 알아들을수 있다는것은 생각지도 않고 어려운 학술용어까지 섞어가며 신바람이 나서 설명했다. 물을 끓이면 물속에 있던 효소, 박테리오파쥐, 항생소와 같은 생물학적인자들을 포함하여 물의 화학적처리에 의해서도 잘 없애지 못하는 발암성물질들을 효과적으로 없앨수 있다는것, 끓였다가 식혀서 오래된 물에서는 세균이 더 많이 번식할수 있기때문에 하루가 지난 물은 다시 끓여서 마셔야 한다는것…

오성재는 수영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처녀의 명랑한 기분에 말려들어 입을 벙글서하고있었다.

《아이참, 제가 괜한 소리를 하는군요.》

수영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가마우에 앉은 먼지를 닦아냈다.

《그런데 참, 어떻게 오셨어요? 어디 아프세요?》

오성재는 어줍게 웃었다. 정작 말을 꺼내자니 또 혀가 굳어졌다.

하지만 여기서까지 말을 못하면…

그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참이나 우물거리다가 정근식의 로력동원증을 천근처럼 무겁게 꺼내들었다.

《사실은 이것때문에…》

《그게 뭔데요?》

수영은 정근식이란 이름을 보고도 사연을 짐작하지 못했다.

《이게 왜 아저씨한테 있었어요?》

《사실은…》

오성재는 맥락이 닿지 않게 한마디씩 중얼거리는데 너무도 난해해서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고서는 도대체 알아들을수 없었다. 오성재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것은 당연한것이였으니 생활을 아름답게만 보고있던 처녀에게는 이런 문제를 풀이할수 있는 방정식이 없었던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사지휘부에서는 건달군이나 모리간상배들이 돈으로 로력을 사서 내보내는 현상에 대해 계급적안목을 가지고 문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있었다. 공사선전요강에는 이 공사에 품 한자루 바치기 아까와하는 그런자들은 인민의 새세상에서 살 자격이 없는 력사의 반동으로 락인하고있었다. 수영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외삼촌이 그런 부류에 속한단 말인가? 아니야! 외삼촌은 그런분이 아니야!

처녀에게는 눈앞의 모든것이 갑자기 생기를 잃어버린듯싶었다. 외삼촌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창피감 그리고 오성재아저씨에 대한 죄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수영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안됐어요, 아저씨. 동원증은 저에게 맡기세요.》

오성재가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떠난 뒤에도 수영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처녀의 심중을 대변해주려는듯 물가마는 뚜껑을 달랑거리며 끓고있었다. 벙싯해진 뚜껑짬으로는 하얀 증기가 더 참아내지 못하겠다는듯 씩- 소리를 내며 세차게 뿜어나왔다. 하지만 수영은 자기의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 속씨원히 내뿜을데도 없었다.

(오늘 저녁에 가서 외삼촌에게 말하면 성내지 않을가? 어쨌든 할 말은 해야겠어. 그래야 외삼촌도 세상일에 랭담한 은둔자의 복면을 벗어버릴수 있어. 물이 끓으면 세균이 죽는것처럼 외삼촌도 이 공사의 도가니속에 잠겨보아야 해. 건국의 열풍을 맞으면 어제날에 뒤집어썼던 그 복면이 답답해서라도 제손으로 벗어던질거야.)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수영은 밥상을 물린 뒤에 조심히 웃방으로 건너갔다. 벽에 걸린 족자며 책상우의 골동품 그리고 십장생도 병풍을 비롯하여 옛스러운 기물들은 그 방에 들어서는 사람을 천년전의 아득한 과거로 끌어들이는듯싶었다. 이 방의 주인은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속에 현재의 자기를 은페시키려는가? 과거만이 그에게 안정을 주기때문인가? 이 방에서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것을 부디 찾아본다면 창문턱우에 놓여있는 어항속의 금붕어들뿐이였다. 어항속에 같혀있긴 하지만 어쨌든 살아움직이고있었다. 공작어들은 빛갈고운 꼬리를 하늘거리며 한가로이 헤염쳐다니다가 사람이 다가오자 풀숲사이에 숨느라고 부산을 피우고있었다. 위풍스럽고 점잖은 신선어는 무서울게 뭐냐는듯 긴 수염을 한껏 뻗치며 거드름을 피우고 꼬리긴 금붕어는 툭 불거진 눈망울을 디룩거리면서 숨을 필요도 없고 위세를 부릴 필요도 없다는듯 안개같은 긴 꼬리를 흐느적이며 한자리에 꼼짝않고 떠있었다.

그러고보면 꼬리긴 금붕어가 방주인의 생활방식을 제일 많이 닮지 않았을가? 수영은 자기의 대비적고찰이 황당해서 쓰거운 웃음을 지었다.

《할 말이 있느냐?》

좀해서는 웃방에 올라오지 않는 조카딸의 거동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정근식이 먼저 물었다.

《오늘 오성재아저씨를 만났댔어요.》

수영은 로력동원증을 내놓으며 외삼촌의 기색을 엿보았다. 정근식은 탁자우에 내려놓은것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삼촌을 볼 면목이 없대요.》

《면목이 없기는 그 사람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그 사람은 나한테 면목이 없다지만 나는 나라앞에, 장군님앞에 면목이 없게 됐구나. 내가 그 사람을 욕보이게 했지. 그리구 너한테두 면목이 없다.》

외삼촌은 예상외로 헌헌한 태도를 보였다. 수영이로서는 기껏 준비했던 선전제강이 필요없게 된셈이였다. 그런데 장군님앞에 면목이 없다는건 무슨 소린가?

정근식은 의아해하는 조카딸에게 장군님께서 집에 다녀가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군님께서 우리 집엘?… 이 모든걸 알고계신단 말이예요?》

수영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정근식은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계신다. 나 정근식이 일생동안 일신의 도를 잃지 않으려고 애써왔다만 부끄럽게두 장군님께 건국의 훼방군으로 알려지게 되였구나.》

수영은 외삼촌의 탄식을 수긍하고싶지 않았다. 이제라도 공사에 참가하여 그 수치를 씻을 생각은 않고 인격타령만 하고있는것이 잘 납득되지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왜 공사장에 안 나가세요?》

정근식은 조카딸의 마음을 꿰뚫어보려는듯 한참이나 수영을 바라보았다.

《내가 쉽게 결심하지 못하는것은 현실의 모든걸 정말로 믿어야 한다는 확신이 없기때문이다. 게 좀 앉아라.》

정근식은 진지한 태도로 탁자앞의 참대의자를 가리켰다. 지금까지는 세상일을 론할만 한 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조카딸이지만 그동안 공사장에 나가있었으니 자기의 의문을 풀어줄수도 있다고 생각되였기때문이였다.

수영이가 의자에 앉자 정근식은 성급하게 물었다.

《너는 현장치료대로 거기에 나가있었으니 느끼는바가 있겠는데 네 보기엔 어떻드냐?》

《뭐가요?》

《네 보기엔 공산당이 세우는 새 나라가 돈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귀히 여기는 그런 세상이 분명한것 같은가 말이다. 선사시대로부터 오늘까지 돈이 외면당해본적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없었다. 유다가 은화 서른냥에 예수를 팔았다는것만 봐도 돈이 어떤것인지 알만하지 않느냐.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오성재 그 사람의 인격을 모욕했다고 나를 꾸짖으시였다. 장군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돈보다 사람을 앞에 놓는 새세상이 분명하겠지만 정말로 그런 지상천국이 운수사나웠던 이 나라에 세워진다는게 쉽게는 믿어지지 않는구나.》

정근식은 수영에게 자기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세월에 그는 너무도 많이 기만당해왔었다. 민족의 리상향에 대한 순결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군 할 때마다 다시는 그럴듯한 리론이나 시대풍조에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오늘에 이른 정근식이였다. 오는 바람, 가는 바람 다 따르며 인생의 돛폭을 올리기에는 먹은 나이도 많고 닻을 내린 포구도 그만하면 안정감이 있었다.

그런데 건국의 세찬 바람은 세월이 덮어준 허무의 락엽을 그의 가슴에서 날려버리고 희망의 돛폭을 펄럭거리게 해주었다. 한번 더 믿어볼가? 이제 돛을 올리고 떠났다가 인생에 또다시 풍랑을 만난다면 영영 침몰하고말것이 아닌가… 바로 그런 리유로 해서 그는 현실을 선뜻 믿을수 없었고 공사장에 나가볼 결심을 하루하루 미루고있었다.

《내 질문이 너무 커서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려울게다.》

정근식은 수영의 대답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나 수영은 할 말이 있었다.

《아니예요. 말할수 있어요.》

《응?》

수영은 공사장에서 일어나는 경이적인 일들에 대해 외삼촌에게 할 말이 많았다. 남자들만 아니라 녀자들과 늙은이들도 공사장에 자원진출하여 땀을 흘리고있는데 대하여, 맹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흙을 져나르는 눈물겨운 광경에 대하여, 앓는 남편을 대신하여 온 가족을 데리고나온 장별리의 녀인에 대하여 자기가 보고 들은것을 다 말하고싶었다.

그러나 그는 한가지만 말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건설자들에게 음료수를 꼭 끓여서 공급하라고 말씀하시였답니다. 외삼촌, 이게 믿어지세요? 하지만 사실이예요. 전 매일 두번씩 음료수를 끓이면서두 장군님께서 왜 그토록 로동자들을 아끼시는지 다는 리해하지 못하고있어요.》

정근식은 눈을 꾹 감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7-01-14 18:41:04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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