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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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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23 03:4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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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호에는 평양 보통강 개수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 오성재는 개수공사를 믿지 않고 땅을 버리고 온 것에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군님은 이러한 오성재에 대해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을 주었고 오성재는 다시 토성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정근식은 옛말을 수영에게 들려주면서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김일성 장군님의 보통강 공사가 바로 백성을 위한 무관심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백성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랑의 새 력사라고 말합니다. 


 

23

 

공사에 대한 소문으로 제일 충격을 받은 사람은 오성재였다.

 

그는 중성리에 있는 정근식의 사랑채에서 불편없이 살고있었다. 자기가 살던 토성랑움막에 비하면 불편없는 정도가 아니였다. 정근식의 내외가 인정이 각박하지 않은데다 자기를 여기로 데려온 수영이는 어찌나 마음이 착한지 말이 모자랄 지경이였다.

 

로친의 병이 하루하루 호전되여갈수록 오성재는 이젠 어디 가서 살아야 할가 하는 근심이 점점 더 커갔다. 로친의 병이 나은 뒤에야 무슨 렴치로 이 집에 눌러있겠는가. 토성랑에 다시 가고싶어도 땅을 버린 놈으로 락인이 찍혀있어서 거기에도 갈 체면이 못되였다.

 

그동안 오성재는 자기가 분여받았던 땅을 매일 돌아보군 했다.

 

그것도 대낮에는 가보지 못하고 점심참이나 날이 어슬해질 때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며 한숨을 쉬다가는 돌아서군 했다.

 

한뉘 땅을 다루어온 농사군에게 제땅에 대한 미련은 검질긴것이여서 제살붙이를 남에게 떼운것만 같아 발길이 저절로 거기로 향하군 했던것이다. 봄을 맞아 다른데서는 밭을 갈고 두엄을 내고 씨를 뿌리는데 자기가 분여받았던 땅은 묵묵히 주인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러니 올해는 그 땅을 묵이게 된것이다. 오성재로서는 후회가 막급했다.

 

그때 자기에게 무슨 귀신이 붙어서 그런 미련한짓을 했을가.

 

그런데 하루는 수영이가 로친의 약을 가지고 방에 들어왔다가 별 희한한 소리를 전해주었다.

 

《아저씨, 보통강개수공사를 시작한대요.》

 

《허허… 뜬소문이겠지.》

 

오성재가 믿으려 하지 않자 수영은 자기가 들은것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정말이예요. 올해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끝낸대요. 그래서 설계두 다시 한대요.》

 

그래도 오성재의 귀는 열리지 않았다. 모를 소리다. 한달전에 혁수를 만났을 때에도 아무 소리 없지 않았는가. 더구나 장마철전에 공사를 끝낸다는게 어디 리치에 닿는 소린가. 암만 헛소문이래두 그런 왕청같은 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이튿날 또 제땅을 보러 나갔던 오성재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숱한 사람들이 제땅에서 벅적거리고있었던것이다. 밭을 가는 사람, 달구지로 두엄을 내는 사람, 호빠를 쥐고 밭이랑을 고루는 사람… 아뿔싸!

 

오성재는 그만 무릎을 꺾고 풀썩 주저앉았다. 제땅이 종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제땅을 되찾을수 없게 되였다.

 

그날부터 오성재는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았다. 어쩌면 자기 팔자는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가.

 

어제 저녁 퇴근해온 수영이는 머리를 싸매고있는 오성재에게 마지막일격을 가했다.

 

《아저씨, 내 말이 맞았어요. 보통강개수공사를 당장 시작한대요.》

 

《엉?》

 

오성재는 눈을 흡떴다.

 

《오늘 시인민위원회에서 <보통강개수공사 건국로력동원령>을 발표했어요. 5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한대요.》

 

수영은 오성재가 기뻐하리라고만 생각하고 자기가 보고들은것을 빼놓지 않고 말해주었다. 오성재는 아예 울상이 되였다. 도대체 이런 때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던것이다.

 

(내가 청맹과니였어.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해서 땅을 내놓다니.…)

 

그러고보니 엊그제 그 땅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개수공사를 한다는걸 확실하게 알고있은것이 분명했다.

 

오성재는 앉은자리에서 꼬박 밤을 새웠다. 한숨과 담배연기로 방안을 채우며 평생 손해만 보며 살아온 자기의 기구한 팔자를 한탄했다. 따져보면 자기는 여태 생활에서 리득이라는걸 모르고 살아왔었다. 어느해 봄인가 보통강여울목에서 알쓸이를 하려고 풀숲에 들었던 잉어가 얕은 물에서 철벅대는것을 호미날로 때려잡은것이 제일 큰 리득이였을가? 아니면, 아니면?… 종시 생각나는것이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복이 없어서야 어떻게 살고…

 

이른아침에 오성재는 조반을 드는둥 마는둥 하고 장혁수를 찾아 떠났다. 가서 공사를 한다는게 사실인지 속시원히 물어보고 애끓는 심정을 하소하고싶었다. 그런다고 땅을 되찾을수는 없겠지만 아무에게나 제 속을 터놓지 않고서는 답답해서 견딜수 없었던것이다.

 

공사장사무실에 찾아간 오성재는 수영이가 한 말이 헛소문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사무실앞에 세워놓은 큼직한 공시판은 전에 본적이 없던것인데 거기에는 《보통강개수공사 건국로력동원계획》이 나붙어있었다.

 

글을 모르는 오성재가 그것을 읽어볼수는 없었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으로 그게 공사와 관련된 글이라는것쯤은 짐작할수 있었다. 사무실의 문짝마다에도 전번에는 볼수 없었던 패쪽들이 걸려있었는데 그것은 지휘부가 구성되면서 기술부, 시공부, 동원부, 자재부 등의 문패를 써붙인것들이였다.

 

마침 장혁수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 사람, 혁수!》

 

《성재형님!》

 

장혁수는 오성재를 와락 붙어잡고 격해서 물었다.

 

《어딜 갔댔수? 장군님께서…》

 

그는 어안이 벙벙해있는 오성재에게 장군님께서 공사장을 찾아주신 사실과 땅을 묵일가봐 걱정하신데 대해 자초지종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주게, 그게 참말인가?》

 

그날 저녁 오성재는 정근식의 살림방으로 건너갔다. 그는 오늘 자기가 보고 들은것을 죄다 이야기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자기 행방을 찾으시였고 자기가 받았던 땅을 묵이지 않도록 하시였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말했다. 자기가 어떻게 그 전설의 주인공이 될수 있었는지는 오성재도 모르는것이여서 그저 나타난 현상만 이야기했다. 정근식내외와 수영은 오성재의 이야기가 하도 기이해서 이것저것 물어볼념도 않고 듣기만 했다.

 

《그래서 토성랑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그간 이 집에서 입은 은혜는 내 죽어도 잊지 않겠수다.》

 

정근식은 으흠 기침을 하고나서 점잖게 만류했다.

 

《이왕 살림을 펴놓았던건데 그대루 살게. 임자네가 나가면 또 빈방이 되겠는데 마음에 부담받지 말구 눌러있게.》

 

《그렇게 하세요. 아직은 아주머니병두 깨끗해지지 않았어요.》

 

 

 

 

수영이가 진심으로 권고하고 정근식의 처도 오성재를 만류했다.

 

《우리한테 뭐 언짢은거라도 있는게 아니유?》

 

《아이구, 주인마님. 무슨 말씀을…》

 

《아니라면 그대로 있어요. 집두 봐주는겸…》

 

그러나 오성재는 이미 마음을 굳히고있었다. 자기를 념려해주는 이 집주인들의 진정은 고맙기 이를데 없고 그래서 죽어도 그 은혜만은 갚고 죽으리라 생각하고있지만 더이상 여기에 얹혀있을수는 없었다. 제땅이 아직 제 이름으로 남아있고 장군님분부가 계시여 남들이 씨앗까지 묻어주었다는데 이제부터라도 그 땅에서 밤낮없이 살아야 할게 아닌가. 그러자면 분여지에서 가까운 토성랑집에 옮겨앉아야 했다. 더구나 공사가 완공되여 토성랑에 물란리가 없어지면 제 살던 집을 품놓고 꾸려야지 언제까지 남의 집 사랑방신세를 지겠는가.

 

정근식은 오성재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더 권고하지 않았다.

 

오성재가 사랑방으로 나간 뒤 정근식은 새까맣게 먹칠한 지구의를 빙글빙글 돌리며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를 일이다. 이 땅에서 정말로 백성들에 대한 무관심의 력사가 끝장났다는게 모를 일이야. 저 보통강의 물길을 돌리듯이 수천년 흘러오던 수난의 력사를 비틀어 돌려세워 백성을 위한 사랑의 새 력사가 흐르게 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구나.》

 

정근식은 지구의에 한손을 얹고 혼자생각에 잠겨있다가 빙그레 웃으며 수영에게 물었다.

 

《수영아, 저 사람 이름이 뭐라고?》

 

《오성재예요. 갑자기 이름은 왜 물으세요.》

 

《흐흠, 옛말이 하나 생각나서 그런다.》

 

《옛말이요?》

 

방금전까지 심각해있던 외삼촌이 갑자기 옛말이라니?…

 

수영은 호기심이 동해 외삼촌을 바라보았다.

 

《옛날 어느 한 마을에 큰 부자가 살았단다. 그 부자네 집에서는 먹다남은 찌꺼기를 대문밖에 있는 오물장에 버리군 했는데 거지 하나가 늘 그 오물장에 붙어살았지. 그래도 부자는 그 거지를 시끄럽다고 쫓아버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생각해서 동냥을 준적도 없었다. 거지는 평생 오물장에서 찌꺼기를 먹으며 살다가 죽고 부자도 살만큼 살고 죽게 되였다. 거지와 부자는 나란히 하느님앞에 끌려갔단다. 부자는 생각했지. (저 거지는 지금까지 내 덕에 살아온셈이니 난 당당히 천당에 갈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거지만 천당으로 보내고 부자는 지옥으로 보냈단다. 그래서 부자가 항의했지.

 

<하느님! 난 이승에서 착한 일을 했습니다. 저 거지도 우리 집에서 버린 음식을 먹으며 오늘까지 살아왔는데 어째서 거지만 천당으로 보내고 나는 지옥으로 보냅니까? 이건 불공평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이 물었단다.

 

<너는 저 거지의 이름을 아느냐?>

 

<모릅니다.>

 

<그것 봐라! 거지가 네 덕에 오늘까지 먹고살수 있은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은 저 거지에 대한 무관심때문이였지 네가 거지를 동정해서 그리한것은 아니였다. 차라리 네가 단 한번이라도 저 거지에게 관심을 돌려서 오물장에서 쫓아버리기라도 했다면 나는 너를 천당에 보냈을거다. 그러나 너는 그 거지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 그래서 나는 너를 용서할수 없다.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같은 인간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래서 그 부자는 지옥으로 갔다더라.》

 

수영은 외삼촌이 왜 그런 옛말을 하는지 알수 있었다.

 

외삼촌은 지금 오성재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오늘의 현실을 보았고 그 현실이 너무도 아름다운데 놀랐던것이다.

 

지구전체를 인간사랑의 불모지로 대해왔고 이 세상의 앞날에 대해서 어떤 기대조차 가지지 않고 살아왔는데 오성재에게서 들은 전설같은 이야기는 그의 허무주의적인 생활관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지금껏 본적 없던 아름다운 새세상을 분명히 약속하고있었던것이다.

 

수영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외삼촌에게 김일성장군님께서 토성랑주민들의 생활을 얼마나 심려하고계시는가 하는것을 운상에게서 들은대로 이야기해주고싶었다.

 

그런데 수영이자신도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이상의 충격은 받았지만 이 땅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화폭의 본질을 자기것으로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고 따라서 현실에 대한 자기의 정확한 견해를 세우지 못하고있었다. 운상을 만나면 자기가 모르는것들을 좀 물어보기라도 하련만 그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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