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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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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22 02:1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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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호에는 평양 보통강 개수공사를 방해하기 위해 구준배와 로이문이 저지른 방해책동모습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방해책동을 보면서 보통강개수공사가 단순한 자연개조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심각한 계급투쟁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습니다. 


 

22

 

온 평양시가 보통강개수공사소식으로 끓기 시작하자 반대로 구진배의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공사소식에 접한 백성들의 기세가 그렇게 열광적일줄 몰랐던것이다. 그동안 구진배는 《쥐투》에서 넘겨준 현지의 반공단체와 손을 잡고 조심스레 일을 벌려나갔다. 그는 이 단체의 우두머리인 로이문의 집 움속에 거처를 정하고 신민당과 청우당에 협박편지를 보냈고 졸개들을 시켜 류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현재 공사지휘부 자재과에 틀고앉은 로이문이가 그런 요설을 고안해내는데는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있었다. 로이문은 옛날에 하루밤 묵어간 어느 길손에게 몸을 맡긴 주막집 딸이 세상에 뱉아놓은 사생아였다. 애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다 에미라는게 기생노릇을 하면서 자식을 키우다보니 로이문은 어릴 때부터 막되게 자라면서 무서운 악돌이로 변했다. 그는 해방전까지 평북 정주에서 투전판, 싸움판, 술놀이판에 안 끼우는데 없이 빈둥거리면서 《경방단》제복까지 얻어입었댔는데 왜놈들이 달아나면서 부랴부랴 무어준 반동단체인 X망에 소속되여 평양으로 나온 작자였다. 어쨌든 로이문은 날 때부터 법을 어기고 나와서인지 마흔고개를 넘어선 오늘까지 인간세상의 법과 륜리를 조롱하는 못된 재간만 키워온 놈이였다.

 

로이문이가 《동원증을 태워 재를 먹으면 아이 못 낳던 녀자들이 임신할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자랑삼아 말할 때 구진배는 쓰겁게 웃어버리고말았었다.

 

류언비어를 퍼뜨려도 심각하고 무게있는 말을 퍼뜨려야지 치사하게 그따위 미신적인 소리나 줴치고 다니는것이 제가 듣기에도 시시하게 느껴졌던것이다. 그런데 웬걸… 문수리의 어느 아낙네는 남편의 동원증을 몰래 훔쳐서 태워먹고 그것도 성차지 않아 옆집 세대주의 동원증까지 훔치려다 발각되였다느니, 평천리의 어느 바보는 자기 동원증을 제 손으로 태워서 녀편네한테 먹였다느니 별 기막힌 소문들이 다 들려왔다.

 

이제 와서 구진배는 로이문의 되박이마를 무심히 볼수 없었다. 량미간이 특별히 좁고 눈은 메밀눈인데다 코날은 별스레 길어서 어딘가 기형적인감을 주는 로이문이 반들반들한 되박이마를 살살 문지르며 얄팍한 입술을 나풀거릴 때 보면 천하에 더러운 궁리는 더럽게 생긴 놈이 더 잘 지어낸다는 생각이 들군 했다.

 

그까짓 생김새는 어쨌든 되박이마를 자꾸 문질러서 더러운 요설을 자꾸 쏟아놔라, 똥이 더럽기는 해도 밭에 내면 더없는 보약이다. 로이문의 요설에 백성들이 당황해서 공사장에 나가기를 주저한다면 그만한 장중보옥이 어데 있으랴.

 

구진배는 등사기를 구해다 삐라를 찍어 살포하는 등 활동을 보다 적극화해야겠다는 생각이 피뜩 떠올랐다. 그것이 소극적인 행동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깊이 생각해볼수록 그 이상의 고급한 명안이 없었다. 이번 일은 테로나 폭동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민심파괴라는 단수높은 작전인것만큼 서뿔리 총질이나 하다가는 반동들의 책동을 경계하는 판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수 있었다. 그는 자기의 궁리가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버취도 임무를 주면서 구체적인 행동씨나리오는 못 내놓지 않았는가. 하긴 중위견장을 단 젊은 군인에게서 어찌 이런 지성적인 작전안이 나올수 있겠는가.

 

구진배는 졸개들에게 등사기의 행처를 탐문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등사잉크, 종이 등 세부적인것들까지 놓치지 않았다.

 

깊은 밤이였다. 구진배는 서너명의 졸개들과 함께 정의고녀건물에 접근하였다. 이 학교에 등사기가 있다는것을 알아내였고 밤에는 령감 혼자서 경비를 선다는것도 미리 정찰해두었던것이다.

 

주변은 고요하였다. 밤하늘의 별들만이 학교바람벽에 붙어선 검은 그림자들에게 제발 나쁜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하는듯 불안스레 깜박거릴뿐이였다.

 

교사정문에는 예견했던대로 빗장이 걸려있었다.

 

졸개 하나가 각본에 따라 경비실창문을 탕탕 두드렸다.

 

《누가 없소?》

 

안에서 무슨 일인가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 아이가 아직도 집에 오지 않아서 찾아왔수다.》

 

경비실에 불이 켜지더니 나이지긋한 경비원이 복도로 나왔다.

 

《아이가 집에 안 왔다구요?》

 

《예, 2학년에 영심이란 애를 알지요?》

 

《나야 모르지요. 좌우간 학교엔 남아있는 애가 없수다.》

 

《그럼 담임선생네 집이라도 좀 대주시우.》

 

경비원은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이 리해되여 군말없이 빗장을 벗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를 기다려 문옆에 붙어있던 검은 괴한들이 우르르 밀려들었다.

 

《이… 이건… 무슨 일들이요?》

 

구진배는 눈이 화등잔만 해진 경비원에게 날이 선 단도를 들이댔다.

 

《등사기가 어디 있어?》

 

그제서야 경비원은 이놈들이 나쁜 놈들이며 이제 곧 무서운 일이 벌어지리라는것을 예감했다.

 

《음, 그랬구나. 이 반동새끼들아!》

 

다급해난 구진배는 경비원의 배허벅에 무작정 칼을 박았다. 《쌍놈의 두상!》

 

경비원은 소리도 못 내고 허리를 꺾으며 쓰러졌다. 악당들은 복도에 쓰러진 경비원을 타고넘어 안으로 쓸어들어갔다.

 

《찾아라!》

 

미친놈들의 지랄이 시작되였다. 와당탕, 와지끈… 조금후에 졸개 한놈이 교장실 서류함에서 등사기를 찾아냈다.

 

《빨리!》

 

악당들은 들어올 때처럼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갔다. 좁은 현관에서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밀치다가 등사밀대가 떨어진것도 알지 못했다. 뒤에서 따라나오던 구진배가 요행 그것을 집어들었다.

 

《바보같은것들!》

 

복도에 쓰러졌던 경비원은 반동들이 도망치는것을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한놈의 바지가랭이라도 붙잡았으면 좋으련만 그럴 힘도 없었다. 그는 복도에 진한 피자욱을 남기며 한치한치 기여서 현관문턱을 넘어섰다. 그리고는 남은 기력을 다 모아 바람벽을 짚고 일어섰다. 어둠속을 손더듬하여 기적적으로 종끈을 잡아당겼다.

 

《땡그라-앙-》

 

다시, 다시, 또다시 종을 쳤다. 때아닌 깊은 밤중에 불규칙적으로 땡그랑거리는 종소리를 듣고 시내를 순찰하던 보안서원들이 달려왔을 때에는 이미 반동놈들의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었다.

 

이틀후부터 시내에는 보통강개수공사를 반대하는 삐라들이 여기저기서 휴지장처럼 날려다녔다.

 

《보통강개수공사는 공산당의 낯내기이다. 속지 말라!》

 

《애국로동은 왜정때 강제로동과 같다!》

 

《공산당원들만 십장을 시킨다!》…

 

구진배는 제법 머리를 썼다. 그는 삐라의 내용에 따라 어떤것은 민주당의 명의로 쓰고 어떤것은 신민당의 명의로 또 어떤것은 공산당의 명의로 썼다. 인민정권으로 쏠리는 민심을 들물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자면 그런 거짓말이 효과가 있을것 같았다. 그 말을 백성들이 그대로 믿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고 머리를 기웃거리며 동요하기만 해도 큰것이였다.

 

민주당이나 신민당에서 삐라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느라 소동을 피우고 그통에 서로 구겨진 마음들을 다림질하느라면 그만큼 공사속도가 늦어질것이고 장마가 닥쳐올것이다. 그러면 만사는 뜻대로 되는셈이다. 그러나 구진배는 강물의 용용한 흐름을 조약돌 한두개로 막을수 없다는 단순한 리치를 망각하고있었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어지럽게 날려다니는 삐라를 주어모으면서 보통강개수공사가 단순한 자연개조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심각한 계급투쟁이라는것을 더 똑똑히 깨닫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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