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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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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07 16:4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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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13

 

중성리 구강병원은 2층으로 된 석조건물이였다. 그 건물의 2층은 병원으로 쓰지만 아래층에는 각종 건재류들을 판매하는 도매소가 자리잡고있었다. 그 도매상이 한때는 측량기를 메고다니던 사람이여서 한켠 구석방을 내주었는데 시내의 건축가들은 그곳을 모임장소로 리용하군 했다. 휑뎅그렁한 방안에는 편수책상 하나와 나무의자 몇개 그리고 낡은 도판 하나가 먼지를 들쓰고 외롭게 서있었다.

 

김운상은 해방산쪽으로 면한 그 방의 창문가에 서서 멀어져가는 태호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일이 참 별나게 됐는걸.…)

 

운상은 지금 수영이라는 처녀의사때문에 딱한 처지에 몰리우게 된것이였다. 그의 머리속에는 며칠전에 태호가 하숙집으로 찾아왔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어머니가 앓는다면서? 어제 자네가 왔댔다구 수영선생이 말해주더군.》

 

태호가 왕진가방을 메고 들어서면서 하는 말이였다.

 

《해열제를 썼더니 열은 좀 내렸어.》

 

태호는 하숙집 어머니의 체온도 재보고 맥도 봐주고나서 필요한 약들을 꺼내놓았다. 운상은 그가 치료를 끝낸 다음 지나가는 말로 슬쩍 물었다.

 

《그 처녀가 다른 말은 안하던가?》

 

《아니, 왜?》

 

《내 그 처녀한테 싫은 소리를 좀 했댔네. 의사라는게 너무 랭랭하더란 말이야.》

 

《우리 수영선생이 랭랭하다? 그건 말두 안돼.》

 

《가재두 게편이라더니 그 처녀를 두둔하는건가?》

 

운상은 자기가 목격한것을 대강 추려서 말해주었다. 그래도 태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를 소리다? 수영선생은 어제 저녁에 토성랑에 왕진을 갔댔어.》

 

《자네가 어떻게 아나?》

 

《오늘 아침에 과장선생에게 그렇게 보고하더군. 오후에도 토성랑에 또 가봐야겠다면서 일찍 나갔네.》

 

운상은 한방망이 맞은 기분이였다. 그럴줄 알았으면 처녀에게 그렇게까지 아픈 소리를 하지 않는건데…

 

《래일이라두 찾아가서 사죄하라구.》

 

태호의 말에 운상은 눈을 치떴다.

 

《난 사죄할게 없어. 그땐 처녀가 분명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자넨 녀자를 볼줄 몰라. 수영선생은 인물로 보나 마음씨로 보나 나무랄데가 없어.》

 

곁에서 듣기만 하던 하숙집 어머니가 호기심이 동했는지 태호에게 한마디 했다.

 

《이보라구, 그런 처녀라면 운상이 저 사람에게 소개해주지.》

 

태호는 한쪽눈을 껌벅거리며 능청을 부렸다.

 

《어머니, 그럴 생각도 없지 않은데 이 친구가 불합격맞을가봐 걱정이예요. 우리 병원에선 그 처녀를 에베레스트(주물랑마봉)에 비유하거던요.》

 

《그건 무슨 말인가?》

 

《그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이름인데 아직은 누구도 그 산꼭대기에 올라가본 사람이 없대요.》

 

《거긴 왜 힘들게 올라가나?》

 

말문이 막힌 태호는 늙은이와 말할 재미가 없었던지 손을 내저으며 운상에게 돌아앉았다.

 

《그쯤하면 수영선생의 금새를 알겠지?》

 

운상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비유는 요란한데 자네가 모르는게 있어. 사람들이 에베레스트정점에 오르지 못하는건 높고 험하기때문이 아니라 산소가 희박하기때문이야. 산소가 부족한 그곳에 오르다가 질식되기보다는 청신한 공기가 차넘치고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에 오르는 편이 낫지.》

 

태호는 껄껄 웃었다.

 

《자신없으면 없다구 하게, 변명하지 말구. 푸른 동산이 아무리 좋다 한들 에베레스트에 비기겠나. 솔직히 말하라구, 내 소개 할가?》

 

《필요없어. 내가 찾아보지 않으리.》

 

《서른살까지 못 찾았는데두?…》

 

그날은 롱담 절반 진담 절반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말았다.

 

그런데 방금전에 왕진가는 길에 들린 태호는 먼저 그 소리부터 꺼내는것이였다.

 

《자네 아직 수영선생에게 사죄 안했더구만.》

 

운상은 화를 벌컥 냈다.

 

《내가 왜 사죄한단 말인가? 사람을 우습게 만들지 말라구.》

 

태호는 여느때없이 정색해서 충고를 주었다.

 

《자네가 가지 않으면 정말로 우스운 졸장부가 될거야. 우리 의사들에겐 심장이 차겁기때문에 의사자격이 없다는 말처럼 가슴아픈 모욕이 없어. 해방덕에 우리 의사들의 직업륜리도 달라졌단 말이야. 더구나 그 처년 서울에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기업이 파산당해서 집까지 잃구 따뜻한 인정을 찾아 북에 들어온 처녀야. 그 처녀는 여기서 생활의 안정과 행복을 찾고싶어한단 말이야. 그런데 자넨 자기 직업에 애착을 느끼고 사는 그 처녀를 아프게 해주고도 아닌보살하겠다는건가? 무슨 권리로 자네가 그 처녀를 모욕해?》

 

《…》

 

 

 

운상은 그만에야 할 말이 없어졌다. 태호는 갈길이 바쁜지 선자리에서 돌아섰다. 문손잡이를 붙어잡고 그는 다시한번 오금을 박았다.

 

《수영선생에겐 자네가 찾아올거라구 말해뒀네. 그러니 오늘 당장 가보라구. 자기 인격이야 자기가 지켜야지.》

 

운상은 지금 창가에 서서 태호가 남긴 말들을 음미해보며 자기의 실책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태호의 말대로 병원에 찾아가서 그 처녀에게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할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처녀앞에서 허세나 부리는 졸장부로 락인찍힐수 있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문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방안에 들어서는 사람은 뜻밖에도 리주연이였다.

 

《아니, 부위원장동지가?…》

 

달포전 3. 1운동 27주년 평안남도경축대회때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 주석단에 올랐던 리주연을 본적이 있었던것이다.

 

《김운상선생입니까? 반갑습니다.》

 

리주연은 방안을 두루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 선생들의 생활에 관심을 돌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선생들이 변변한 건물 하나 없어 이런데서 생활한다는것도김일성장군님께서 가르쳐주셔서야 알았습니다.》

 

운상은 와뜰 놀랐다. 갑자기 심장이 후드득 뛰면서 온몸이 긴장되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여기를 알고계신단 말입니까?》

 

예, 난 김일성장군님께서 운상선생을 만나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선생은 이제부터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맡아해야겠습니다.

 

리주연의 말이 너무 비약하는통에 운상은 반문하지 않을수 없었다.

 

《장군님께서 저에게 무슨 과업을 주셨다구요?》

 

《장군님께서는 보통강개수공사를 발기하시고 그 설계를 수정할데 대한 과업을 선생에게 맡겨주시였습니다. 그러니 오늘중으로 공사장에 가서 기존설계를 인계받아야 하겠습니다.》

 

리주연은 명백하게 말했지만 운상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부위원장동지, 좀 차근차근 말씀해주십시오. 그러니까 보통강개수공사를 당장 시작한단 말입니까? 전 믿어지지 않습니다.》

 

《나도 처음엔 선생처럼 생각했댔습니다. 그래서 무엄하게도 장군님앞에서 반대의견을 내놓았댔지요.》

 

리주연은 장군님께서 나라사정이 어려운 이때 얼마나 큰 용단을 내리시였는가에 대해 자기가 느낀것만큼 이야기해주었다. 그래도 운상은 모든게 선명치 않았다.

 

건국이자 건설이라는것을 잘 알고있는 그는 새 조국건설의 첫삽을 어디서부터 뜨겠는가 하는데 대해 누구보다 신경을 써오고있었다. 건축가는 나라에서 국책으로 중시하는데가 어떤 분야인가를 잘 알아야 했기때문이였다. 산업건설을 우선시할것인가, 주택건설이나 공공건물에 투자가 집중될것인가. 그런데 토목공사부터 한다고 하니 건축가인 운상으로서는 건국의 방향타가 어디로 정해졌는지 가늠할수 없었던것이다.

 

리주연은 운상의 착잡한 심정이 리해되는듯 여유있게 말했다.

 

《이제 설계를 직접 맡아하느라면 장군님의 뜻을 더 잘 알게 될겁니다. 운상선생,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서 힘들면 토목설계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인입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합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감이였지만 운상은 리주연에게 더이상 묻지 않았다. 너무도 명백해서 물을것이 없었다. 모를것이 있다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 즉 이 공사를 어째서 당장 해야 하는가 하는것이였다.

 

운상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은 자연앞에 무력한 존재였다.

 

아무리 훌륭한 창조물도 세월의 흐름이나 자연재해앞에서는 한갖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여 살면서 그것을 리용할수는 있었으나 자연을 개조할수 있는 존재는 못되였다. 자연은 너그러우면서도 엄격해서 인간이 본래의 자기 상태를 파괴해놓으면 무서운 보복을 들씌우군 했다.

 

때문에 개수공사와 같은 큰 토목공사를 벌리자면 자연의 힘에 대응한 인간의 힘이 준비되여야 한다. 국력을 기울여야 할 크고 중요한 공사가 지금형편에서 가능하겠는가? 혹시 장군님한테 누구도 모르는 큼직한 금고가 있는게 아닐가?

 

이랬든저랬든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이니 기쁜것은 말할것도 없고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는것도 명백하지만 그 의문만은 털어버릴수 없었다.

 

밖으로 나온 운상은 봉수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걸음이였다. 가벼운것은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받아안고 가는 걸음이기때문이고 무거운것은 어째서 이 공사가 제일 첫자리에 놓였는가 하는 의문때문이였다.

 

장혁수에게서 설계를 인계받은 운상은 그날부터 설계수정에 달라붙었다. 왜놈들이 만들었다는 쪼물짝한 설계를 어떤 대홍수에도 견딜수 있도록 대폭 수정하자니 할 일이 많았다. 그는 토목설계에 경험이 있다는 두명의 설계가를 더 선발하여 매일 측량기를 메고 공사장을 오르내렸다. 건축학을 전공하면서 토목공학을 함께 배워둔것이 오늘을 위해서인듯싶었다.

 

일반적으로 자연흐름식물길설계에서는 물흐름속도를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기본이였다. 물흐름속도가 너무 빠르면 제방흙이 패워나가고 너무 늦으면 풀씨같은게 내려앉아 강바닥에 수초가 무성해지는데 수초의 저항으로 물흐름이 더 떠지면 감탕이 퇴적되여 제방을 무너뜨릴수도 있었다.

 

그러니 표척의 눈금 하나 잘못 찍어도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낳을수 있었다. 하기야 인간이 자연을 길들인다는게 용이하겠는가. 운상은 낮에는 공사장에 나가있고 밤이면 현장사무실의 동쪽끝방에 들여놓은 책상에 마주앉아 참고서들을 뒤적이며 설계를 완성해나갔다. 그러다보니 수영에 대해서는 아예 잊어버리고말았다.

 

어느날 밤 그는 물길의 천메터당 표고차가 엄청나게 차이나는통에 연필을 집어던지고 머리를 싸쥐였다. 문득 그는 일본에 가서 함께 공부한 구진배가 생각났다. 평양출신의 구진배는 운상이보다 후배인데 같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었다. 운상은 건축인동맹을 무으면서 구진배의 행방을 찾아보았었다. 그런데 구진배는 해방후에 지주인 아버지를 따라 남조선에 나갔다는것이였다. 그가 있었더라면 이런 설계쯤은 쉽게 해제끼겠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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