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9 > 도서

본문 바로가기
도서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9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01 16:32 댓글0건

본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9

 

그날은 유난히도 해빛이 따스하였다. 두대의 승용차가 서성교를 넘어 남포방향으로 달리고있었다. 앞차에는 김일성동지께서 타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지금 보통강개수공사장으로 가시는 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거리를 바라보고계시였다. 보통문을 지나서부터는 도시라는 맛이 없고 농촌마을같은 한적한 느낌을 주는 풍경이였다. 해는 벌써 중천에 솟았는데 성안의 장마당으로 들어오는 장사군들이 저마끔 이고지고 늦어진 걸음을 재촉하고있었다.

아직은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농촌지역 주민들은 저렇게 농토산물을 장마당에 가져다 팔아야 아이들 검정고무신이라도 살수 있었다.

(빨리 북조선소비조합련맹을 창설해서 리단위로 소비조합상점을 하나씩 차려놓으면 농민들이 저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하고 장군님께서는 생각하시였다.

길가녁으로 끌려오던 돼지가 갑자기 나타난 승용차에 놀랐는지 뒤다리를 버드럭거리며 꽥꽥 소래기를 지른다.

《차를 천천히 몰라구.》

장군님께서는 운전사에게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지금 인민들은 생활의 곤궁에 시달리고있다. 무슨 일이나 첫걸음이 어렵다는데 이해 봄만 넘기면, 그래서 분여받은 땅에서 첫해농사를 지으면 인민생활이 조금이라도 허리를 펼수 있을텐데… 모든 객관적조건을 종합해보면 한해만이라도 참았다가 개수공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내가 지금 모험을 하려고 한단 말인가? 이제라도 차를 돌려세워야 하는가?)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인츰 고개를 저으시였다.

보통강개수공사문제는 조건이나 따지면서 하느냐 마느냐, 할수 있느냐 없느냐 하고 론리적으로만 대할 문제가 아니기때문이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적굴동을 지나 봉수산기슭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북쪽으로 향했다. 모란봉기슭에 피여있던 개나리들이 여기 봉수산 남쪽기슭에도 큼직큼직한 다발을 이루며 노랗게 피여있었다.

얼마쯤 더 가느라니 서재골로 불리우는 남쪽기슭에 벽돌로 지은 단층건물이 나타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공사장을 죽 둘러보시였다. 왜정때부터 벌려놓았다는 공사장풍경은 마치 대수술을 받느라고 험상스럽게 째고 헤쳐놓은 상처처럼 그이의 안정을 앗아갔다. 그 상처가 자기를 제때에 치료해주지 않은데 대한 분노를 안고 묵묵히 장마철을 기다리는듯싶었다. 이제 장마철이 되면 지금껏 자기를 방심해둔데 대한 울분으로 끓어번지려고 벼르고있는것 같았다.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주변을 거니시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치수공사란 준비를 잘해놓았다가 단기간내에 해제껴야 하는건데 이렇게 파헤쳐놓기만 하면 더 큰 수해를 입을게 아닌가. 물은 사정을 모른다. 그래서 불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인간의 생활에 크게 덕을 주기도 하고 해를 주기도 하는것이 물이다. 고대중국에 첫 통일국가를 세운 진시황은 주나라가 불을 덕으로 삼았다면 주나라를 대신한 진나라는 불을 이기는 물을 덕으로 삼는다고 했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들인 닐강류역이나 황하류역, 인다스강류역만 꼽아봐도 예로부터 물을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잘 알수 있다. 우리 나라의 대동강문화도 례외가 아니다. 력사적으로 대도시의 기원과 발전의 자취를 더듬어보면 사람들의 생활과 강하천의 관계는 불가분리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고대도시 로마가 멸망한 원인중에는 도시의 인구팽창과 더불어 물이 부족했다는 설도 있다. 로마의 통치자들은 토목공사를 벌려 도시에 물길을 끌어들였지만 지배계급의 위세를 뽐내고 향락의 수단으로 리용했을뿐 일반백성들의 물고생은 아랑곳하지 않았던것이다.

우리 나라 력사에서도 삼국시기나 고려, 리조시기 도읍을 정할 때 하천을 제일 중시했다. 신라만이 하천을 무시하고 경주산지에 수도를 정했다지만 그래도 그 세력범위는 락동강, 금강, 한강류역에 뻗어있었다.

그런데 저 보통강은 언제까지 원한의 대상으로 되여야 한단 말인가. 유구한 세월 맑은물 흘러내리던 강이 왜놈들의 산림란벌에 흙탕물로 변하고 강바닥이 높아져 그 울분을 참을수 없다는듯 제곬을 벗어나 범람하는데 하루빨리 사람들에게 해가 아니라 덕을 주는 강으로 되게 해야 할게 아닌가.

장군님께서는 한참동안 주변을 거니시다가 일행과 함께 공사사무실로 올라가시였다.

그때 장혁수는 사무실에 있었다. 승용차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길우에 차가 멎어서고 사람들이 내리는것이 보였다. 공사장을 둘러보던분들이 사무실로 올라올 때까지 그는 창가에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그랬다가 정신을 차리고 황황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순간 혁수는 자기 눈을 믿을수 없었다. 맨앞에서 걸어오시는 젊으신분은 김일성장군님이시였던것이다. 작년에 모란봉공설운동장에서 개선연설을 하시는 장군님을 먼발치에서나마 직접 뵈왔고 초상화를 통해서도 낯을 익혀둔 그분이 틀림없었다. 분명 장군님이시였지만 그이께서 이렇듯 공사장에 찾아오시였다는것을 대번에 인정하는것은 혁수에게 있어서 너무도 아름찬 현실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달려내려오던 자세로 망두석이 되여버린 혁수에게 먼저 손을 내미시였다.

《수고합니다. 동무가 여기 책임자입니까?》

《예? 저… 》

《그러니까 장혁수동무로구만.》

그 순간에 장혁수는 정녕 이분이 김일성장군님이 틀림없다는 심장의 귀속말을 들은듯싶었다.

천리혜안을 지니셨다는 장군님이 아니시고서야 어떻게 자기 이름까지 아시겠는가. 모든게 꿈만 같았다. 꿈보다 더 황홀한 현실이였다.

《장군님!》

혁수는 뿜어나오는 격정에 몸을 떨며 허리굽혀 인사를 올렸다.

《반갑습니다. 향토건설대동무들을 만나보고싶어서 나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혁수의 솥뚜껑같은 손을 잡으시고 한참이나 놓지 못하시였다. 더부룩한 머리, 해볕에 탄 흙빛얼굴, 다 낡은 작업복, 발가락이 삐여져나온 로동화, 혁수는 신발이 꿰진것만이라도 감추어보려고 발가락을 오무작거렸으나 장군님께서는 벌써 다 보고계시였다.

잠시후 그이께서는 혁수의 안내를 받으시며 사무실로 향하시였다. 나들문이 서너개씩 달린 단층건물 두채가 크지 않은 마당가녁에 나란히 자리잡고 그보다 좀 우에 꼭같은 건물이 또 한채 서있었다.

서남방향으로 앉은 널직한 사무실에는 중심에 량수책상이 있고 좌우에 보통책상이 두개씩 있었다. 량수책상우에는 왜놈들이 작성했던 개수공사평면도가 유리밑에 놓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도면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다가 장혁수에게 말씀하시였다.

《그래도 설계가 용케 살아남았구만. 왜놈들이 그냥 내버리지는 않았겠는데…》

장혁수는 장군님께서 자기들의 공로를 알아주시는 바람에 사기가 났다.

《예, 왜놈들이 가지고 달아나려는걸 마침 사무실뽀이가 알려주어서 우리가 목고채를 들고 막아나섰댔습니다.》

《그러니까 동무들은 왜놈들이 달아나도 이 공사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성각을 하고있었구만.》

장군님께서는 혁수를 대견하게 바라보시였다. 이것은 스쳐지날수 없는 귀중한 발견이였다. 이 공사에 대한 자신의 결심이 옳았다는것을 여기 로동자들은 행동으로 지지해준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이께서는 다시 설계도를 바라보시며 혁수를 가까이 부르시였다.

《그런데 말이요, 내 보기엔 설계를 고쳐야 할것 같소. 왜놈들은 형제산에서 내리까지의 강폭을 이렇게 좁게 잡았는데 그러면 대홍수때에는 물이 미처 빠지지 못할거요. 경사각을 45도쯤 되게 푹 낮추어서 널직하게 파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큰물이 난다 해도 평양을 홍수의 피해로부터 철저히 보위할수 있습니다.》

혁수는 아무래도 잘 믿어지지 않는지 열띤 어조로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분명 공사를 다시 한다는겁니까?》

《그렇소. 동무가 이 설계를 지켜내고 오늘까지 공사장에 남아있는것도 공사를 계속하자는게 아닙니까? 우리 현장에 직접 나가봅시다.》

장군님께서는 먼저 사무실을 나서시였다. 그제서야 장혁수는 서둘러 따라나서며 기본공사현장까지는 차길이 없어서 갈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동행한 리주연이도 혁수의 편을 들었다.

《그럼 걸어서 가봅시다.》

《장군님, 저기 봉수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길이 험합니다.》

《일없소. 가봅시다.》

장군님께서는 운전사에게 차를 돌려 서평양조차장부근에 차를 대기시켜놓으라고 이르시고는 산허리를 파헤쳐놓은 곳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리병설은 딱한 표정을 짓고 안절무절하다가 할수없이 장군님의 뒤를 따랐다.

멀리 하당벌에서는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데 농민들이 제땅에 거름을 내느라 분주히 돌아가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봉수산언덕에 서시여 기본공사현장을 쭉 둘러보시였다. 서포천과 형제산강이 합쳐지는 곳은 공사를 시작하다 그만둔 상태이고 봉수산을 가로짼 강줄기도 품을 많이 들여야 할 형편이였다.

 

 

본래의 보통강은 제산리쪽에서 뻗어내려온 형제산강과 서포천이 봉수산기슭에서 합수되여 인흥리, 기림리, 서성리 순서로 우불구불 흐르다가 내리근방에서 대동강과 합쳐지는데 장마철에는 강물이 범람하면서 서평양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놓군 했다. 때문에 보통강개수공사의 요점은 봉수산허리를 뚝 잘라 팔동교방향으로 새 물길을 내고 형제산강과 서포천의 합수목에는 제방을 쌓아 물길을 팔동교쪽으로 꺾어돌리는것이였다. 결국 본래의 보통강과 팔동교쪽으로 뽑은 새 물길로 갈라져흐르던 강물은 운하동에서 다시 합수되여 대동강으로 흘러드는데 그렇게 되면 보통강일대(오늘의 보통강구역)는 큼직한 섬으로 되는셈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혁수를 자신의 가까이에 부르시였다.

《동무 생각엔 공사를 끝내자면 얼마나 걸릴것 같소?》

장혁수는 이미전부터 속구구를 해오던 문제여서 자신있게 대답했다.

3년이면 해낼수 있습니다. 왜놈들은 5년으로 보았지만 해방된 제땅에서 하는 일인데 왜정때보다 두몫은 해낼수 있습니다.》

《3년이라?… 3년내에 홍수가 터지면 어떻게 하겠소?》

《예?》

혁수는 대답이 궁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이였던것이다. 공사가 끝나기 전에 홍수가 닥치는거야 어찌겠는가, 지금껏 그렇게 겪어왔는데.…

장군님께서는 혁수의 생각을 바로잡아주시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였다.

《물론 해방전에는 자연이 인간을 이겨왔습니다. 인간은 그것을 어쩔수 없는것으로 받아들였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허락하지 말자는겁니다.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이길것입니다. 나는 올해장마철전으로 이 공사를 끝내자고 합니다.》

하늘땅이 바뀐다 해도 혁수는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을것이다. 리주연이도 놀랐다. 놀란 정도가 아니였다. 올해장마철전이라면 이제 극상 석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무리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그때까지는 불가능했다.

《책임자동무 생각엔 안될것 같소?》

장혁수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아 우려하던바를 조심스레 비쳤다.

《저… 왜놈들이 10년동안에 공사량의 절반도 못했는데… 더구나 석달동안에 이걸 끝낸다는게.》

《그러니 믿지 못하겠다- 혁수동무, 축지법에 대한 소문을 들은적 있소?》

장군님께서는 웃음을 담으시고 롱조로 물으시였다. 장혁수는 얼굴이 환해지며 목청을 돋구었다.

《예, 아마 그걸 모르는 조선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러니까 장군님께서 이번에두 축지법을 써서…》

장혁수는 뭔가 깨도가 되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하하… 내 오늘 공사장을 구경한 값으로 혁수동무한테 축지법의 묘술을 한가지 대주어야겠구만. 그래야 혁수동무가 신심을 가질것 같애.》

《장군님! 정말입니까?》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제방공사를 하느라고 날라다놓은 돌무지에 허물없이 걸터앉으시였다. 그러시고 혁수에게도 자리를 권하시였으나 그는 감히 앉지는 못하고 축지법을 배워주신다는 바람에 온몸이 귀가 되여 그이의 말씀을 기다렸다.

《혁수동문 보통벌에 땅을 분여받은 농민의 립장에서 이 공사의 절박성을 생각해본적이 있습니까?》

《전…》

《우리는 이 땅에서 인민을 주인으로 내세우고 인민이 바라는것을 철저히 실현시켜주는 새세상을 세우자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보통벌농민들은 땅을 분여받고도 올해장마를 걱정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토지소유권증서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쓸어만지시며 오성재농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였다.

장혁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성재형님이?…》

《그 사람을 압니까?》

 

 

《예, 아래토성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나한테 와서 공사를 언제부터 하는가 묻길래 대답을 못했댔는데 그 형님이 그런 망녕된짓을 하다니.》

장군님께서는 진지한 안색으로 물으시였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보시오.》

장혁수는 애초의 어려움도 잊고 장군님께 사실대로 말씀올렸다. 42년도 수해때 두 자식을 홍수에 떠내려보내고 막냉이는 물독에 빠져죽고 지금은 늙은 내외만이 바람부는 언덕우에 구부러진 로송처럼 외롭게 남았다는것.…

《이번에 받은 토지가 왜정때 소작부치던 땅인데 그 땅때문에 성재형님은 웃을 날이 없었습니다.》

장혁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날카로운 송곳처럼 그이의 마음속 제일 여린 곳을 아프게 찔러댔다. 더 듣지 않아도 그 농민의 형상이 구체적으로 안겨오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를 위해주고싶으시였다. 땅타발을 한다고 남들의 비난을 받고있는 그를 옹호해주고 편역을 들어주고싶으시였다. 그가 토성랑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그 한마디면 그가 어떤 왕청같은 일을 저질렀다 해도 모든 사람들이 그를 리해해주고 너그럽게 용서할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갈리신 음성으로 장혁수에게 말씀하시였다.

《동무도 토성랑에서 살았다는데 이젠 동무이야기를 좀 들어봅시다.》

장혁수는 갑자기 당황해졌다. 가슴이 활랑거려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지금껏 그는 누구에게도 자기의 불우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본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그의 과거사를 들어주겠다고 한적이 없었던것이다. 그런데김일성장군님께서 막돌무지에 허물없이 걸터앉으시며 자기의 피눈물나는 인생사를 진지하게 들어주시겠다니.…

장군님께서는 얼굴이 벌개서 머뭇거리는 장혁수에게 어서 마음놓고 말해보라고 다시금 재촉하시였다. 장혁수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시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실 생각을 안하시였다.

장혁수는 그만에야 다 털어놓았다. 친부모보다 더 인자하신 장군님께 든든히 지질러놓았던 마음의 돌뚜껑을 활짝 열어제꼈다. 거기에는 서른다섯해동안 쌓여온 재가 가득차있었다. 일찌기 부모를 여의고 떠돌아다니던 일, 나이 서른이 다 되여서야 가정을 이루던 일, 안해와 아들을 수해로 잃던 일.…

다 털어놓고나니 마음이 한결 개운해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자기 가슴에서 날린 재가 장군님의 가슴속에 그대로 내려앉는다는것을 혁수는 미처 몰랐다. 리병설이며 리주연이 곁에서 자꾸 눈짓했지만 제 흥분에 사로잡힌 혁수는 그것을 볼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무겁게 일어나시며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랬구만. 그래서 동무가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있었구만.》

그다음에는 또 침묵하시였다. 장혁수나 오성재 같은 사람들에게 과연 열백마디 위로의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공사를 하루빨리 완공해서 짓눌리고 비틀리웠던 그들의 인생을 곧게 펴주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지 않겠는가.

그이께서는 제 모양을 바로잡아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듯 한 공사장전경을 바라보시다가 장혁수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물론 이 공사를 두석달안에 끝낸다는게 쉽지는 않을거요. 혁수동무도 잘 믿어지지 않겠지. 그러나 믿으시오. 우린 해낼수 있소! 만약 오성재농민을 만나거든 분여받은 땅에 마음놓고 씨앗을 묻으라고 하시오.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완공해서 다시는 땅때문에 울게 하지 않겠다는것을 약속합니다. 일본놈들이 이 공사를 질질 끈것은 그들이 조선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고 우리 조선의 재부를 귀중하게 여기지 않았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민정권은 인민의 존엄과 리익을 모든것의 첫자리에 놓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보통강반에서 민주건설의 첫삽을 박자는것입니다. 이제 애국심이 불타는 평양시민들이 건국의 기발아래 떨쳐나선다면 얼마든지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끝낼수 있습니다. 혁수동무, 이게 바로 축지법의 묘술이요.》

장혁수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이를 우러르기만 했다. 아직은 그 말씀의 심오한 뜻을 다는 리해할수 없었지만 세상을 놀래울 기적이 펼쳐지게 되리라는것은 분명히 깨달았다.

장군님께서는 공사를 최단기간내에 끝내자면 준비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공사준비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그리고 현재 공사장에서 일하고있는 로동자들의 생활형편도 세부적으로 료해하시였다.

장군님께서 떠나가신 뒤 혁수는 날개라도 달린듯 강변을 내달렸다. 당상동을 지나 내리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이 기쁜 소식을 제일먼저 알리고싶은 곳이 있었던것이다. 그는 안해와 자식이 묻혀있는 강변에 퍼더버리고앉아 마음속으로 웨쳤다.

(여보! 기뻐하오. 김일성장군님께서 보통강개수공사를 장마철전에 끝내주시겠다오. 이름없던 이 공사장을 건국의 맨 첫자리에 내세워주시였단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축지법을 쓰시겠다고 했소. 이젠 당신도 맘편히 잠들거요.…)

장혁수는 한낮이 퍽 기울어서야 자기가 살던 토성랑마을로 향했다. 오성재를 찾아가는것이였다.

 

×

 

그날 밤도 장군님께서는 자정이 넘어서야 저택으로 돌아오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식탁을 차리시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밥상을 마주하시고도 수저를 드실념을 안하시였다. 그이의 안색은 여느때없이 무거우시였다.

《장군님, 국이 다 식습니다.》

곁에 앉아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 조심스레 말씀드려서야 수저를 드시였으나 밥술을 뜨지 못하시였다.

《정숙동무, 술 한잔 주겠소?》

수저를 도로 놓으시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그이의 음성은 몹시도 갈려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용히 부엌으로 나가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오늘까지 장군님을 모셔오면서 그이께서 괴로와하시는것을 여러번 보시였다. 마안산의 아동단원들이 추운 겨울에 홑옷을 입고 떠는것을 보시였을 때에도 그랬고 귀중한 혁명가들이 《민생단》루명을 쓰고 억울하게 불행을 당했을 때에도 그랬다. 항일의 혈전장에서 동지들을 잃고는 식사도 못하시고 잠도 못 이루시던 장군님이시였다. 자신의 괴로움은 내색하지 않으시면서도 남들의 불행앞에서는 자신을 걷잡지 못하시는것이 우리 장군님이시다.

조국에 개선하신 후로는 오늘처럼 괴로와하시는것을 보시지 못했는데 과연 누가 또 정에 무른 우리 장군님의 마음을 아프게 허비여놓았을가.

김정숙동지께서는 따끈하게 데운 술주전자와 놋잔을 쟁반에 받쳐들고 들어오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찰랑거리는 술잔을 단숨에 비우시였다.

무슨 일때문에 그리도 심려가 크신가고 묻는듯 한 김정숙동지의 시선을 느끼시며 장군님께서는 오전에 보통강개수공사장에 나가시였던 이야기를 해주시였다. 오성재농민에 대해서, 장혁수에 대해서.…

《어째서 조선인민은 사람답게 살수도 없었고 죽어서도 제대로 묻힐수조차 없었단 말이요? 어째서 조선인민은 그렇게도 비참하게 살아야만 했는가?》

장군님의 음성은 비분에 잠겨있었다.

《이제는 조선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을것이요! 다시는 조선민족의 존엄이 모독당하지 않을것이요! 나라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보통강개수공사부터 해야겠소!》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서 얼마나 어려운 용단을 내리시였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정당한것인가를 심장으로 느끼시였다.

《장군님께서 그렇게 결심하시였으니 토성랑인민들의 재난도 끝장나게 됐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저도 나가겠습니다.》

《고맙소, 정숙동무!》

《이젠 어서 식사를 하십시오.》

그래도 장군님께서 수저를 들지 못하시자 김정숙동지께서는 부엌에서 자신의 밥그릇을 가지고오시였다. 언제나 장군님께서 밥상을 물리신 다음에야 식사를 하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이 저녁만은 겸상을 해서라도 장군님께서 끼니를 번지시지 않도록 하고싶으시였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그 정성을 외면하실수 없어 숟가락을 드시였다. 밥을 한술 뜨시였으나 목이 메여 넘기실수가 없었다. 조밥이여서가 아니라 정말로 모래알을 씹으시는것 같았었다. 그날 저녁 두분께서는 종시 저녁식사를 들지 못하시였다.

 

(계속)

 

 

관련기사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8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7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6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5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4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3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2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1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6-03-17 12:30:02 새 소식에서 복사 됨]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게시물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12월 31일. 1월 1일
세계의 미래는 주체조선에 달려있다.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12월 27일(일)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1월 6일(수)
[제목으로 보는 노동신문] 1월 2일(토)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12월 25일(금), 12월 26일(토)
[특별동영상]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
최근게시물
자기 부문에 제시된 과업에 정통하자
[사설] 당 제8차대회의 사상과 정신으로 튼튼히 무장하자
헌신의 자욱으로 수놓아진 려정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의 새 승리를 향해 총진군의 보폭을 힘차게 내짚자
인민적수령의 위대한 한평생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1월 21일(목)
[제목으로 보는 노동신문] 1월 21일(목)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1월 20일
혁명의 새 승리에 대한 신심드높이 당 제8차대회 결정관철에 총매진하자
최강의 무기, 위력한 추진력
백승의 진로따라 찬란한 미래에로!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1월 20일(수)
Copyright ⓒ 2000-2021 KANCC(Korean American 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All rights reserved.
E-mail:  :  webmaster@kanc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