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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이끄는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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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0-04-03 09:5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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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이끄는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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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라는 말은 식민지 근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상상공동체 (Imaginary Single-Ethic Community)로 구성원 모두를 동질화 해왔던 추상적 단어이다. 민족을 침탈하려는 제국의 위협아래 놓인 희생자적 주체(victim subjectivity)로서 단어는 추상적이지만 주변국들과 제국에 의한 침략과 착취의 식민지 지배에 대항하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우리’라는 ‘공공성’을 표현하는 실제의 집단 범주를 의미하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민족이라는 집단 범주 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측)도 대한민국(이하 남측)도 같은 입장이다. 대부분 동포사회 구성원들이 남측에서 왔기에, 북측에서 동포사회를 염려하고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민족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을 생소하다 할 수 있지만 북측의 해외동포정책은 제법 오래되었다. “동포의 자조노력 장려와 지원,” “민족정체성 유지를 위한 교육, 언어, 전통문화, 예술지원,” “조국통일의 참여와 기여”의 활동들을 장려하는 정책목표도 남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측의 해외동포정책은 1963년에 제정(개정 국적법 제 2조 1항)한 국적법 (사회주의 헌법: 동포들에 대한 보호규정)에 기반하고 있고, 남측도 1948년 제정당시 최초국적자의 범위가 없어 계속 개정해 오며 명문화된 법률에 따라 해외동포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동포사회가 ‘해외동포정책’에 대하여 얼마나 신뢰하고 의존하고 있는지, 해외동포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태두리에서 형성되는 공공성에 대한 기대와, 공공성 형성의 의지를 조사한 결과가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 수십년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금융과 무역을 세계화하면서 정치, 제도, 법, 교육, 언론, 의료, 복지 같은 세계화할 수 없는 분야까지도 공공적 안전망의 성격이 모호해져 온 오늘날, 동포사회만의 사회적 신뢰의 척도를 가늠하는 작업에 별의미를 두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동포사회는 공공성 수립이나 사회적 신뢰라는 부분을 오랜 세월동안 체험해 왔고 대단히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노예처럼 일했던 동포들이 조국독립운동을 위해 그 당시 그들의 수입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거액을 모아 보냈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요즈음 코로나 19 확산에서 보여주는 동포사회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섭게 퍼져가는 코로나 19사태를 겪으며 단순히 전염병의 빠른 속도만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고갈을 함께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병원, 제약회사의 로비를 받은 정치가와 언론들이 보편적 의료보험 도입을 ‘사회주의’라고 공격하면서 의료분야의 공공성을 무력화해 온 것을 지켜보았고, 의료의 공공성이 거의 소멸된 결과로 미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의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최첨단 의료시설, 최고의 의학과 제약회사의 기술은 공공성의 부재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이웃나라 쿠바가 보여주는 의료의 공공성 확립의 모습도 새롭게 보고 있다.

 

가난한 쿠바의 의사들은 스스로 “혁명의 의사들”로 칭하며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역에 가는 것이 두렵지만 다른 나라들의 재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의료의 분야를, 공공성에 투철해야 하는 공동의 유익의 분야로 실천하고 있는 쿠바의 의사들을 세계화 시장에 골몰하는 개별적 이익에만 익숙한 우리의 환경에선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 19의 극복을 위해서 정확한 진단키트나 승차진료(drive through), 빠른 백신개발을 주목하라고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적인 성공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자가 먼저 보호받는 사회가 가장 안전한 사회라는 공동체(집단) 의식의 회복이다.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혐오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위해 협력하고 의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탈출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인지 찾아서 서로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민족이라는 추상적 단어가 실제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형성된 것은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오랜 세월 도도히 흐르고 있는 함께 바라보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공공성이 현존하고 사회적 신뢰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민족적 목표가 수천년을 통하여 흘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사회적 신뢰를 지켜내는 한 동포사회는 코로나 19라는 재앙을 견디고 일어설 것이다. 자가격리의 시기가 지나면 실업과 경기침체가 닥친다고 불안해하지만 우리는 또 회복하며 살아갈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 19 사태의 이전의 동포사회가 아니라 새롭게 의식된 동포사회가 될 것이다. 혐오를 넘어서 협력을 전하고, 공공성을 지키고 사회적 신뢰의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미국의 정치에, 제도에, 문화에 강하게 알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 필요성을 가장 절감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를 견디며 동포사회의 신뢰와 공공성 수립의 중요성을 우리 서로 절감한다면, 분단된 나라에서 왔다고 여기와서도 동포들끼리 치열하게 하고 있는 ‘대결’도 그만두자. ‘남측에 친한 세력’과 ‘북측에 친한 세력’을 나누어 서로 혐오하지 말자. 낡고 병든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동포사회가 온통 ‘화해세력’이 되게 하자. 우리 민족의 목표이다. 민족의 목표는 우리 동포사회를 존속시키고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도 모두 보호하는 진정한 사람의 사회로 향해서 이끌고 나갈 것이다.

모욱빈(재미동포)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20-04-03 10:04:32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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