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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대신해 가신 백남기 선생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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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0-04 14:3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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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대신해 가신 백남기 선생의 유언

    (자주, 민주, 통일의 깃발을 높이 희날리라고)

                                                                                  

허태훈(재미동포)

 

 

사람답게 사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 하나가 되는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친 백남기 선생 (70)의 맥박이 끝내 멈쳐지고 말았다. 작년 11월 잔인한 경찰 물대포에 맞아 317일 간 식물인간으로 사경을 해메던 백 선생이 그만 지난 10월 25일, 만인의 심금을 울리고 우리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멀쩡한 한 농민이 국가폭력에 의해 타살됐다는 게 백일하에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그 누구 하나 사과하고 책임지는 이가 없다. 심지어 시신을 탈취, 부검을 해서 사인을 본인의 지병으로 조작해 책임을 모면하려는 공작을 꾸미려는 작태까지 벌리고 있다. 그래서 유별나게 백남기 선생의 죽음은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기 짝이 없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백남기 선생은 중앙대학에 들어가 반독재, 민주 통일 운동 선봉에 섰다. 학교에서 쫓겨난 그는 귀향해 농사를 짓는 농민이 됐다. 농민운동의 선봉에 서서 정의, 평등, 평화, 통일에 한평생을 보냈다. 백 선생의 사망을 즉각 보도한 미국의 <뉴욕타임스> (9/25/16)는 “한 활동가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다” (Activist in S. Korea Dies of Injuries from Police Water Canon)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서 반박정희-2번 제적, 반전두환-계엄군에 체포 투옥, 반박근혜-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독재자 애비에 의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독재자 딸에 의해 살해당하는 기구한 운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매체도 이렇게 진실을 알리면 얼마나 좋을까.

 

백 선생 가족은 작년 11월,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을 비롯산 직접 책임자들을 살인미수 및 직무집행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1년이 다되도 대답이 없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게 바로 현 정권의 실체”라고들 한다. 사인이 명백한데도 부검을 하겠다며 시신을 탈취하려는 꼴을 본 시민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정부를 부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 선생 사망 다음날 서울대 잘례식장 앞에서 벌어진 추모문화제에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가 참석했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경찰이 쏜 최류탄에 맞아 한달 후에 사망했다. 당시에도 경찰은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려고 했으나 학생들이 막았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는 백씨 아내에게 “힘내시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와 2년이 넘도록 투쟁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백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는 “사람의 생명은 1명이든, 304명이든 하나하나 우주이고 그 가족에게는 모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어서 그는 이 두 사건이 국가에 의한 불법 타살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하면서 “내 가족이라는 심정으로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새누리 이정현 대표의 무기한 단식투쟁을 비판하면서 “46일 간 단식투쟁 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도 박 정권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외면 했다. 오히려 여당의원들은 막말까지 하면서 조롱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9/30/16)는 서울대 장례식장 기둥 뒤에 숨어서 눈물을 흘리는 한 여성을 발견하고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적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권미화씨 (고 오영석군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도 없고 들키고 싶지 않아 기둥에 기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한쪽 손에는 “살인정권 규탄한다!”는 것과 다른 한쪽에는 “특검으로 책임자 철벌!”이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권씨는 기자에게 “울어야 버텨요. 화가 잔뜩 쌓여서, 하도 삭이고 삭여서…그래서 울어야 버텨요”라고 했단다. 권씨와 해어진 후에도 기자는 여전히 그녀가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썼다.

 

백씨와 같이 참여했던 <15만 민중총궐기> 주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9월 27일 옥중서신을 통해 백씨의 죽음을 추모했다. 그의 편지에는 “가슴이 찢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는 구절이 있다. 자신의 애통하고 분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이어서 그는 “하늘에서 굽어보실 생지옥 난장판인 한국사회가 걱정이시겠지만, 이젠 산 자들의 몴으로 넘겨주시고 편히 쉬시길 바라옵니다.”라고 썼다. 생지옥 세상을 그여코 끝장내려다 미리 간 백남기 동지에게 이젠 산 자들이 못다한 과제를 완수할테니 편히 잠드시라는 굳은 약속을 한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지애가 엿보인다. 또, 살판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결의도 엿보인다.

 

절대 다수 백성들이 국가 폭력에 의해 사망한 백남기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 반해, 권력의 편에 서서 백씨를 폄훼하고 모욕하는 몰상식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 (9/26/16)에 성신여대 정은이씨의 “백남기 사망-지긋지긋한 시체팔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백씨는 물대포로 죽은 게 아니다. 왜 부검 않느냐. 불법시위자니 사망은 정부 책임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전문 시체팔이들이 정부가 나쁘다고 선동한다. 전태일 분신 ‘자살’ 사건, 미선이 효순이, 세월호, 그리고 백남기…또 ‘시체팔이’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극우보수단체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물론 벌떼같은 여론 몰매를 맞았다.

 

저승에서도 잠못 이루고 있을 백 선생이 여대생 정씨의 “시체장사” 소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참 궁금하다. 아마 벌떡 일어나 “그럼 시체장사를 위한 시체 공급은 누가 하는가?”란 질문을  했을 것만 같다. 일생을 통해 백남기 선생은 민주, 민생, 통일에 모든 것을 깡그리 바쳤다. 그래선지 그를 “생명과 평화의 일꾼”이라 부른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전선에 섰다. 그는 민족 화합이 평화이고 그것 없이는 민족의 행복이 불가능하다는 철학의 송유자라고 여겨진다. 그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를 더듬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그것은 백 선생이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긴 유언이 됐다.

 

백 선생은 우리 민족의 모든 고통과 불행이 <분단>에서 출발됐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원한의 <분단>은 전혀 백성들의 뜻이 아니라고 믿었다. <분단>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는 해내외 세력에 의해 그게 그어졌고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이 단장의 <분단>을 끝장내는 길은 오로지 백성들의 편에 서는 세력으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 물론 <안보소동>과 <종북소동>이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자주, 민주, 통일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 터지기 직전에 있는 전쟁을 막기 위해 조건 없이 먼저 마주앉아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화해, 협력, 평화의 길이 열린다고 했다. 이게 바로 .민족이 사늘 길이요, 먼저 가신 백 선생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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